中과 반도체 산업 대립각 첨예
양 국가 모두서 압박만 더해져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곤혹'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대립각이 점점 더 첨예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반사이익은 커녕 양측 모두에서 압박만 더해지는 난처한 상황에 몰렸다. 적자 해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에 대외 리스크까지 덮치면서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중국 반도체 공장의 생산량을 더 늘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이날 "미국이 자국 기업이나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압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직접 경험한 동맹국인 한국도 '백필링(backfilling)'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갤러거 위원장은 상무부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중국이 자국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 것과 관련이 있다. 앞서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는 지난 3월 말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인터넷 안보 심사'를 진행했으며, 50여일만인 지난 21일 중국 내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의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중국의 심사가 진행되던 지난 4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할 가능성에 대응해 한국 정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마이크론의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데는 마이크론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D램의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2.7%, SK하이닉스가 27%를 기록해 양사 합계가 70%에 이른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재고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비중이 줄어들면, 이 수요가 한국 제품으로 교체할 가능성을 미국 정계에서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오히려 한국 기업들은 반사이익은 커녕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중국 현지 반도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요청하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미 의회의 움직임을 보면 이 같은 요청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이날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미국 상무부가 지난 3월 21일 공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안에 대해 공식 의견을 제출했다. 우리 정부는 첨단 반도체의 실질적인 확장의 기준을 기존 5%에서 10%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 상황은 오히려 중국 공장에서 양산하는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비중국계 기업들이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첨단 장비 수출 금지 규제에서 1년의 유예를 받았다고 언급하며 "면제 만료 혹은 취소는 미국 정부에게 달려 있다"고 전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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