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약 25배 부풀려 광고했다가 수백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5G 서비스의 속도를 25배까지 부풀려 광고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336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이 부과됐다. 373억원의 과징금은 지난 2017년 아우디 폭스바겐 배출가스 부당표시광고 사건 이후 표시광고법과 관련한 역대 2번째 큰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이통 3사가 5G 서비스의 속도를 거짓 과장하거나 기만적으로 광고한 행위, 자사의 5G 서비스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광고한 행위에 대해 이 같은 제재를 내렸다고 밝혔다.
관련 매출액에 따라 SKT가 168억29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T 139억3100만원, LGU+ 28억5000만원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다. 공정위는 부당 광고를 한 기간 중 이동통신 3사의 관련 매출액과 부당광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업자가 취득한 부당이득의 정도 등을 과징금 산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2017∼2018년부터 자사 홈페이지, 유튜브 등에서 "최고속도 20Gbps(초당 기가비트)",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2GB 영화 한 편을 1초 만에 다운로드" 등 실제 사용환경에서는 구현될 수 없는 5G 기술 표준상 목표 속도인 20Gbps를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 광고했다. 또 할당받은 주파수 대역 및 엄격한 전제조건에서 계산되는 2.1~2.7Gbps의 최고 지원 속도를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속도인 것처럼 광고했다. 2021년 3사의 평균 5G 전송 속도는 0.8Gbps로 25분의 1에 그쳤다.
공정위가 거짓·과장광고로 판단한 근거다. 광고상 속도가 실제 사용환경과 상당히 다른 상황을 전제할 때만 도출될 수 있는 결과라는 사실을 은폐·누락했다는 점에서 기만성도 인정됐다.
아울러 이동통신 3사는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KT 5G 속도", "5G 속도 측정 1위! U+가 5G 속도에서도 앞서갑니다" 등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신의 5G 서비스 속도가 경쟁사보다 빠르다고 부당하게 비교 광고했다.
공정위는 자사에 유리한 측정 결과만을 근거로 다른 사업자의 속도와 비교했다는 점에서 부당한 비교 광고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 광고가 전달한 인상과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저해성을 면밀하게 심사해 이 사건 광고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날 공정위의 결정에는 '삼성 99.9% 바이러스 제거 공기청정기 광고'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사의 이온식 공기청정기에 대해 각종 바이러스의 99.9%를 제거하는 성능이 있다고 광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기청정기 완제품이 아닌 개별 부품인 이온발생장치에 대한 성능 측정 결과였고, 실험 자체도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실험 조건에 대한 설명을 카탈로그 등에 서술한 만큼, 표시 광고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대법원은 형식적인 제한사항 구비가 소비자 오인성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가 제기한 과징금 취소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동통신 3사는 '이론상 최고속도' 등 제한 조건을 충분히 명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 공기청정기 부당 광고 사건과 마찬가지로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형식적인 제한사항을 구비한 것만으로 오인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험 조건이 실제 환경과 완전히 다른 경우에는 실험 결과의 근사치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휘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면서 "실험 조건과 실제 사용 환경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실제 사용 성능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소비자가 짐작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통신사 T모바일의 경우에는 5G 목표속도로 20Gbps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속도는 80~380Mbps라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버라이즌도 5G 서비스 광고를 하면서 "현재 자사가 제공하는 LTE 속도의 10배 정도 수준으로 5G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식으로 소비자 체감이 가능한 정보를 제공했다.
SKT는 "통신 기술의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충실히 설명한 광고임에도, 법 위반으로 판단한 이번 결정은 매우 아쉽다"면서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대응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 기술 세대 전환 시마다 반복돼 온 부당광고 관행을 근절했다는 점과 통신 서비스의 핵심 성능지표인 광고 위법성을 최초로 인정한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면서 "통신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고려해 표시광고 사건 중 역대 2번째로 큰 과징금을 부과해 엄중히 제재했다"고 말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이동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동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4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