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석, 비공개 피해자간담회
원료 공급 책임 전가에 공분
옥시 "판매량 따른 분담 합리적"

22일 서울 여의도동 옥시레킷벤키저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동석 대표가 메모를 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 제공
22일 서울 여의도동 옥시레킷벤키저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유족 비공개 간담회에서 박동석 대표가 메모를 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가습기 살균제 공청회가 진술인 선정 문제로 인해 연기된 가운데,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최근 피해자·유족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담회는 장장 2시간 30분 동안 열렸지만, 박 대표는 '배상금이 너무 많다'는 푸념과 함께 SK케미칼 측이 전체 배상금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는 등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만 보여 피해자·유족들의 공분만 샀다.

24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유족 측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서울 여의도동 IFC 빌딩에서 이 회사 박동석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피해자·유족 11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이하 조정위)의 공식 활동기간이 종료된 지난해 4월 이후 박 대표가 피해자·유족들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피해자·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뒤, 조정위가 도출한 피해보상 최종안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피해보상 최종안에 동의한 SK케미칼이 최종안에 명시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 A씨는 "박 대표가 피해보상 최종안에 동의한 SK케미칼을 지목하며, 옥시가 내야 할 배상금 5600억원 중 절반은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 측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발언했다"며 "자사가 이미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너무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도 했는데 이게 피해자들한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계속 SK 얘기만 했는데, 배상을 받고 싶으면 SK 앞에서 시위를 하든가 하라는 얘기로 들려 피해자·유족들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라며 "원료를 공급한 것에 대한 책임문제는 옥시와 SK 두 기업 간에 해결을 볼 사인이지, 피해자들을 끌어들일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옥시는 밥 지어먹을 때, 들어간 쌀이 어떤 농약을 쓴 쌀인지를 먹는 사람이 일일이 조사를 해가며 먹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A씨는 또 "조정위 안에 동의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등 여러 질문이 나왔지만 박 대표는 답변이 곤란하다 싶으면 본사 핑계만 댔다"면서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정위에는 피해자 단체 12곳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분담금을 납부한 가해기업 18곳 중 9곳(롯데쇼핑, 옥시RB, 이마트, 애경산업, 홈플러스,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작년 초 9개 기업이 피해 보상을 위해 마련해야 하는 금액을 최대 9240억원으로 하는 최종안을 도출했다. 옥시가 약 5000억원을, 애경이 수백억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9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옥시와 애경은 피해보상금의 60% 정도를 부담하는 점, 종국성(조정이 이뤄지면 기업에 더이상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뜻) 확보 조항이 조정안이 아닌 권고안에 담긴 점 등을 문제 삼아 동의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 보상 문제는 사실상 올스톱 된 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드러난 지 12년째,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옥시 측은 "간담회에서 배상금이 너무 많다고 푸념한 사실이 없다"며 "조정안 중 옥시 배상금인 5600억원 중 절반이 아니라, 조정안 총액(9240억원) 중 50%를 원료물질사업자(SK케미칼)가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고, 분담률은 판매량에 따라 정해지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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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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