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9일 충북 음성군 소재 반도체 생산업체 DB하이텍 상우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9일 충북 음성군 소재 반도체 생산업체 DB하이텍 상우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환경부 제공>
정부가 올해 하반기에 유독물질을 특성별로 구분하고 관리 수단별로 차등화 하는 등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를 개선해 산업계 부담을 줄이고 관리 효율성을 높인다.

환경부는 이르면 7월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9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화학 사고 피해 예상 정도와 용도에 따른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가령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 가치 산업의 유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도 비용, 기간 등을 고려해 안전성 검사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화학물질 관리 개선은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다.

환경부는 국민안전 확보와 합리적 규제 적용 원칙에 따라 현재의 '유독물질'을 인체·환경 영향 및 급성·만성에 따라 '급성유해성', '만성유해성', '생태유해성' 물질로 구분한다. 급성유해성은 단기간 노출로도 인체에 즉시 영향을 줄 수 있는 급성경구독성, 급성경피독성, 급성흡입독성 및 피부부식성 등이며 만성유해성은 발암성, 생식독성, 변이원성, 반복노출독성 등 화학물질의 노출에 따른 인체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해성 물질이며 생태유해성은 어류, 물벼룩, 조류 등 수생생물에 영향을 주는 유해성으로 급성·만성을 포함한다.

관리체계는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취급량 등을 고려해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영업허가, 취급시설 기준 등 관리 수단별로 차등화한다. 고농도 염산 등 급성유해성 물질은 노출 즉시 인체 피해를 감안해 현재와 같이 취급량, 확산가능성을 고려한 사고 예방 및 대응 중심으로 촘촘하게 관리하는 한편, 저농도 납 등 만성유해성 물질은 소량이라도 장기간 노출 시 인체피해발생 우려를 고려해 인체 노출 저감을 중심으로 관리한다.

유독물질 관리 시설은 영업신고제도를 도입해 저유해성, 소량 취급자를 관리하되, 극소량 이하를 취급해 화학사고 시 사업장 외부로 미치는 영향이 낮은 경우는 영업허가·신고를 면제한다.

정기검사 주기는 영업자 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하던 것을 유해성, 취급량 및 위험도에 따라 1년부터 4년의 범위에서 다르게 적용하고, 극소량 이하 취급사업장은 자율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관련 법이 개선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 부품 등의 국산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개편안에 담긴 염산, 황산 등 급성유해성 물질은 이차전지 주요 소재인 수산화리튬 제련 과정에 쓰이는 유독 물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 문제로 중국 쪽 수입을 많이 해오면서 국내 기술 발전도 뒤처졌다"며 "환경 규제 개선을 통해 다시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규제도 사업장과는 다르게 적용해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 가령 밴젠(0.1% 이상 혼합물), 차아염소산나트륨(2.5% 이상 혼합물)이 유독물질로 지정되면, 휘발유(벤젠 0.7%) 및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 4∼5%)도 유독 물질에 해당해 국민들이 개인보호장구 착용 등 일상생활에서 '화학 물질관리법' 적용 대상이 돼 사용 시 불편을 겪는 데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환경부가 영업 비밀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화학물질을 관리했다"며 "차등화 체계를 적용하면 사업성도 보장하면서 안전도 관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처럼 한국도 금지 품목을 명시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 품목을 안내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사고 발생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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