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수소·반도체·바이오·청정에너지 협력 확대하기로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도 조속히 체결 尹 "독일 주도 '기후클럽'에 참여할 것"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독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숄츠 총리가 주도하는 '기후클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독일을 포함한 G7 국가들, 그리고 여타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파리협정 1.5도 목표 달성과 글로벌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뒤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숄츠 총리와 한독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직후 열린 한독 공동 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시대전환(Zeitenwende) 구상을 천명하고,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기후클럽' 출범을 주도하는 등 국제사회에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며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숄츠 총리의 비전에 적극 공감하며 지지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독일은 전쟁과 분단의 아픔 속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며 특별한 유대감을 쌓아 왔다"며 "독일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의 가치 파트너이자 핵심 우방국으로, 우리의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숄츠 총리는 이날 수소,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와 같은 첨단산업 분야로 교역 관계를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또 숄츠 총리가 최근 EU(유럽연합)에서 추진 중인 경제입법 성안과 시행 과정에서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독 양국은 국방·방산 분야에서도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한-독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방위산업 공급망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사회 공조를 공고히 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33년 전 통일을 먼저 경험한 독일은 한반도 문제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국가"라며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이 불법적인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발신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또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독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숄츠 총리는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고, 기후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고 합의했다"며 "기후 보호가 무역에 있어서 새로운 장벽을 만들면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기후 클럽을 세계적 차원에서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공통의 표준과 규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이 기후클럽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앞서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한 소감도 밝혔다. 숄츠 총리는 "독일과 대한민국은 매우 끔찍한 분단을 경험했다는 걸 목도했다"며 "독일은 30년 전에 통일을 이뤘고 분단을 극복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현재 이와 같은 쓰디쓴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는 걸 제 눈으로 목도해서 큰 슬픔을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숄츠 총리는 "북한의 불법적 무기 개발이나 핵무기 개발이 대한민국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현실, 특히 탄도미사일 같은 여러 미사일 개발이 일본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독일은 불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공언했다.
숄츠 총리는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도 높이 평가하고,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숄츠 총리로부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중국 관계에 대해 제가 숄츠 총리에게 질문했다. 작년 연말 숄츠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의 소감과 입장에 대해 물었다"며 "숄츠 총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도 중국과 상당한 무역을 하고 있고,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아주 합리적으로 잘 관리해야 하고, 독일과 중국 간 관계에서 서로가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고 합리적으로 관계를 잘 가꿔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숄츠 총리는 "많은 유렵 국가, 독일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한민국도 중국 의존도가 매우 크다. 따라서 우리가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요한 문제는 G7에서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욕구가 아직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경제적으로 분명한 계획안을 마련하고, 동시에 일본, 독일과 협력하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숄츠 총리는 "경제적인 구조를 변화시켜 단순히 한 국가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의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앞서 우크라이나의 올라나 젤렌스카 영부인이 한국에 왔고, 오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젤렌스카 여사가 러시아 군이 키이우에서 퇴각하면서 많은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지뢰 제거 장비와 의료용 구급차를 요청해 먼저 그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서 신속하게 지원할 생각이다. 비살상용 무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부 목록을 줬고, 저희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독일은 반도체 등 협력 의향도 전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은 특히 전기 자동차나 배터리 생산 부문에서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에서 대한민국에 혁신적 기업이 많기 때문에 대한민국이 독일에 많은 투자를 하길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앞서 있고, 세계 유수의 제약 회사가 있어 한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다. 한국과 독일이 자동체 제조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기술 향상 등 반도체 부문에서 양국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한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