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개발…'가성비' 좋아 25개국서 현역기 활용 전문가 "러 방공망탓 근접공격 제한…하이마스 대체 수준" 숄츠 독일 총리, "F-16 우크라 지원, 러에 장기전 안 통한다는 메시지" 현대전의 승패는 두가지에 달렸다.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국민들의 '전쟁하려는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무기가 그것이다. 아무리 첨단무기를 갖고 있더라도 국민들의 전쟁의지가 희박하거나, 전쟁의지가 있더라도 현대적 무기가 없으면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다. 온갖 첨단 무기를 갖고 있으면서도 러시아가 밀리는 것은 이번 전쟁의 명분과 꼭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미국 독일 영국 폴란드 등 서방과 유럽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급속히 군과 군전력을 현대화시키면서, 1950년대 한국전의 대한민국처럼 국방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서방이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물꼬가 트이면서 F-16 도입이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 공군 소속 F-16 '파이팅 팰컨'은 1970년대에 설계된 경량 전투기로, 1979년 실전에 처음 배치됐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전장에서 활약했다. 수출도 잘 돼 제조사인 미국 록히드 마틴에 따르면 현재 25개국에서 3000대 이상이 현역으로 운용되고 있다.
영국 SKY뉴스에 따르면 F-16은 M61 벌컨포를 내장하고 있고 동체의 11곳에 미사일 등 무기와 연료통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주로 AIM-9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으로 무장한다. 최대 2400㎞/h의 속도로 3200㎞ 이상 비행할 수 있다.
미국과 주요 우방국에서는 고성능 제트기 F-35에 자리를 내주고 있지만 '가성비'가 좋은 데다 수출 조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 보니 최근까지도 개량 모델의 판매가 이어지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우크라이나가 F-16에 목을 매는 것은 공군력의 절대적인 열세 탓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개전 당시 우크라이나는 실전 투입이 가능한 전투기가 소련제 구형 전투기 120대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공군력이 열세였다.
올 2월에는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어떤 군사원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전투기 사진을 들어 올렸고, 최근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투기 연합' 형성을 통한 전투기 제공을 직접 요청할 정도로 우크라이나는 F-16 도입을 간절히 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비용과 관리 문제, 전쟁에서의 효율성 등의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F-16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해왔지만, 지난 19일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을 돕겠다고 밝히면서 지원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영국과 네덜란드 등도 연합을 통한 지원에 나섰다.
다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결정이 F-16이나 다른 전투기를 조종사 훈련이 완료되는 즉시 공급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라며 "미국과 우방국이 전투기를 단기간에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는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지원을 받은 전투기 비행중대가 육상부대의 진격을 지원하거나 적어도 러시아의 주요 공격을 무디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지원 규모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F-16 투입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기대효과를 낼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러시아의 강력한 방공망 탓에 근접 공중 공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서방 전투기 지원에 따른 이점은 점증적(incremental)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를 뒤바꿀 '게임체인저'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브롱크 연구원은 "원거리 타격(stand-off) 무기를 장착한 서방 전투기들은 우크라이나가 더 안전한 거리에서 전선 근처 러시아 측 고정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장에 투입된 장사정 무기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를 대체하는 추가 옵션이 될 수 있는 정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러시아에 장기전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밝혔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숄츠 총리는 21일 자국 방송사 ZDF 등과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