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징계 상황 속 최고위원 자진사퇴 거부하던 太, 마음 돌리기까지
논란 초기 "엄한 곳에 구걸 안했다" 전광훈 연루 시비 후 알력 커진 당 지도부
임명직 편향 金대표…용산도 최고위원 뺀 지도부 초청 반복, 장예찬 불만토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최고위원 임기 두달 만에 사퇴를 결정한 것은 '김기현 지도부' 등 주류에서 중징계 리스크를 우회하고자 자진사퇴 압박전을 편 결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의 '최고위원 패싱'과 이를 둘러싼 논란 여파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태영호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謝罪)'드린다"고 했다.

태 의원은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며 "주어진 역사적 사명만을 생각하며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다시 한번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법적 다툼은 없던 사안에서 선출직 정치인의 "사죄" 발언이 거듭된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직 자진사퇴를 선언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연합뉴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고위원직 자진사퇴를 선언한 뒤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연합뉴스>
앞서 그는 제주 4·3 사건을 촉발한 남로당 무장폭동을 '북한 김일성 지시 때문'이라고 말한 것, 이른바 'Junk(쓰레기)·Money(돈)·Sex(성) 민주당' SNS 글 게재, 최고위원 당선 초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들었다는 발언을 보좌진과 회의에서 언급한 의원실 유출 녹취록 파문으로 당 윤리위 징계대상에 올랐다.

함께 징계 회부된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연루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대선공약 반대' 취지 발언, 미국 출장 중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 강연 발언, 4·3 추념일에 관해 국경일보다 '격이 낮다'고 표현한 것 등이 얽혀 있다. 윤리위는 지난 8일에서 징계수위를 결론내지 못하고 이날로 결정을 미뤘다.

당내에선 두 최고위원을 싸잡은 '당원권 정지 1년 이상' 중징계 주장이 돌았다. 그러나 총선 공천 배제로 직결되는 만큼 강한 저항이 예상되고, 직무정지가 '궐위' 상태는 아니어서 결원을 메꾸는 후임 인선도 곤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8일 회의 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원 사퇴 시 양형에 반영이 되냐'는 취재진 질문에 "만약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이라고 먼저 전제하며 예상대로라는 답변을 했다.

이를 전후해 김기현 당대표는 두차례 연속(4일과 8일) 정례 최고위원회의는 열지 않고, 윤재옥 원내대표 및 임명직 주요당직자들과 '최고위원 패싱' 행보를 거듭하며 징계를 관망했다. 그러나 김기현 대표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저격한 전 목사 연루 시비에 휩싸였었고, '전 목사에게 도움 요청한 적이 있다'고 언론에 시인한 바 있다.

그 무렵 'JMS 민주당' SNS글로 윤리위 심사를 자청했던 태 의원은 김 대표가 자신의 언행을 단속했다는 설이 불거졌을 때, 지난달 24일 최고위에 출석해 "(전대 기간)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며 전 목사 비판까지 덧붙였다. 이후 김 대표가 임명직 핵심당직자들과 별도의 아침 전략회의를 갖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알력 조짐이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주요당직자들을 초청한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주요당직자들을 초청한 만찬을 함께하며 대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 2일 윤재옥 원내지도부와 상견례한 용산 대통령실 만찬에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핵심당직자들만 참석했다. 대통령 취임 1주년 계기 이날 여당 지도부와 오찬에도 최고위원 전원이 배제됐다.

이에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전날(9일) 밤 지도부 내 카카오톡 방에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전날 밤 페이스북으로 "민주당 공격할 거리가 산더미 같은데 최고위가 휴업인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며 "문제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신상필벌은 정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쓰기도 했다.

대통령실로부터 양해 전화나 문자가 오지 않았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당초 "대통령 취임 1주년 행사에 최고위원들이 배제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 지도부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빼면 누가 남을 수 있나"라고 썼다가 다시 지우며 메시지를 고심한 흔적을 보였다.

태 의원은 기자들로부터 '전날 밤 최고위원단 카카오톡 대화방을 나갔다'는 보도 관련 질문에 "어제 저녁부터 정말 고민 많았다. 사실 제가 괴로운건 제 개인의 일탈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까지 대단히 불만이 큰 것을 보면서 다시는 그것 때문에 주변 분들이 마음의 부담을 지워선 안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그는 "오늘 윤리위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어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저를 지지해주고 지난 전대 때 저와 함께 버스를 타고 전국을 함께 다닌 저의 지지자 분들과 많이 논의했다"며 "오늘 아침에도 그분들의 의견을 듣다가 최종적으로 9시에 기자회견장을 예약했다"고 했다.

태 의원은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거론한 '정치적 해법'에 관해 "어떤 의미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다"고 거듭 일축하기도 했다. 자신의 최종 결정을 지도부나 대통령실과 논의한 적은 없다고 했다. 탈북 고위외교관 출신인 그는 회견에서 언급한 '역사적 사명'에 대해선 "바로 이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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