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익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시장에 출시된 모든 제품 및 서비스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신규사업자들은 기존 시장 혁신을 통해 새롭게 등장하거나, 혹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시장이 막 태동될 시기에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공정 경쟁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 나가도록, 적정한 수준의 법적 규제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상자산산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현된 새로운 시장이며, 동시에 기존 금융업이나 게임컨텐츠 시장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산업 규제를 위해 지난 2021년 3월 25일자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확대 시행하였으며, 주로 가상자산을 통한 세금탈루, 자금세탁 방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금탈루, 자금세탁은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지만, 막 태동하고 있는 신규 시장인 가상자산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최적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상자산은 태생적으로, 탈중앙화 및 익명성 특성을 가지는 블록체인 환경에서 생성되고 거래되므로, 가상자산 이상 거래를 직접적으로 감시하는데 한계가 있다. 탈중앙화 환경에서는 규제를 적용할 대상도 불명확하며, 거래주체도 복수개 신원들을 자유롭게 생성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금법에서는 가상자산을 통한 이상 거래를 감시하기 위하여, (1)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2)금융사 실명계정 확보 (3)고객확인, 의심거래보고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4)가상자산 이전시 정보 제공 (트래블 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정보보호체계를 준비해야 하며, 자금세탁 방지는 반드시 필요하므로, (1)과 (3)은 반드시 필요한 규제이지만, (2) 및 (4)은 가상자산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 발전을 위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금융사 실명계정 확보' 란 가상자산의 거래투명성을 재고하기 위하여 실명계정을 통해서만 가상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는 금융사로부터 실명계정 발급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들 수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별로 한 개의 금융사로 한정하고 있어, 만일 가상자산사업자가 실명계정을 A은행애서 B은행으로 변경하는 경우, 고객들은 불가피하게 B 은행에 신규 계정을 생성해야 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또한, 이 규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기존 금융사에 종속되는 환경을 제공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공정 경쟁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시 송·수신 계정에 대한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간의 송·수신 계정 거래에는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규정이다. 송·수신 계정에 대한 실명 확인은 트래블룰 규정을 지원하는 프로토콜을 통해 진행되는데, 다양한 프로토콜 중에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상호 합의하는 특정 트래블룰 프로토콜을 선택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가 특정 트래블룰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연합해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규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을 저해한다. 201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가 가상자산에 대한 트래블룰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국가간 거래에는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규정이지만, 국내 가상자산거래에 대하여는 트래블룰 외의 다양한 선택 방안이 존재하므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신규 시장인 가상자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되 자금세탁이나 세금탈루 등 가상자산거래를 통한 불법적 이득을 방지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가상자산이 생성되고 거래되는 블록체인 환경은 탈중앙화 및 익명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을 구속하지 않고도 부당이득을 감시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정을 정하는 것은, 기존 금융업과 신규 가상자산산업을 연결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기존 금융업의 도약과 신규 가상자산산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준다.

가상자산거래 실명제를 위해서는 '금융사 실명계정 확보'와 '트래블룰' 규정이 적절한 규정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가상자산거래는 블록체인 환경에서 진행되며 이 때 거래 주체는 블록체인 주소로 표현되는 지갑계정이다. 따라서 가상자산거래 실명제를 위해서 블록체인 지갑계정의 실명 인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거래 시에 사용하는 블록체인 지갑계정은 반드시 현재 온라인 뱅킹에서 사용중인 금융인증서 혹은 공동인증서에 기반해 생성되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가상자산사업자에 부과되는 '금융사 실명계정 확보' 및 '트래블룰' 규정은 삭제하더라도 가상자산거래의 투명성 확보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즉, 모든 가상자산거래는 실명인증을 거친 금융인증서 혹은 공동인증서에 기반한 블록체인 지갑계정을 통해 진행되며, 거래 기록 또한 블록체인상에 영원히 저장되므로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시장에 적절한 수준의 규제를 부과함으로써 사업자들간 공정 경쟁을 지원하며 신규 시장 확대와 함께 기존 금융업의 업그레이드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체불가토큰 (NFT), 탈중앙 금융 (DeFi), 메타버스 등 가상자산 산업은 새롭게 태동하는 시장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 점유율 4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콘텐츠 산업 발전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신규 가상자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확대 및 선점을 위해 국내 법적 규제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수준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챗GPT 가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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