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증시에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2조6480억원이다. 지난 해 말 46조4480원과 비교하면 13% 이상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돈을 넣어두거나 주식을 팔고 계좌에 남아있는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실제로 증시 거래대금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같은 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12조4160억원, 13조97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 5조2000억(코스피)과 4조4000억원(코스닥)에 그쳤던 거래대금이 4달여 만에 2배와 3배 이상 뛴 셈이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증시 활황이었던 2021년 1~12월 평균 거래대금인 11조6400억원도 훌쩍 상회하는 수준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연초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가 예상되는 이차전지 관련 업종이 상승장을 주도하면서 코스닥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도 급증하면서 2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의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 초 16조5000억원에서 지난 19일 20조1370억원으로 20% 이상 불어났다.
지난 1월 초 16조원 규모에서 2월 17조원, 3월 18조원을 돌파한 후 한 달여 만에 20조원까지 치솟은 셈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코스닥이 코스피를 역전했다. 지난 2월 초 이미 8조원대를 돌파한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가파르게 증가해 3월부터는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뛰어넘었고, 이달 들어서는 10조원 이상으로 뛰어오른 상태다.
신용거래 잔고가 불어나면 반대매매 규모도 커진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이 일정 주가 밑으로 떨어지거나 미수거래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청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이미 13.77%, 27.90%씩 상승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펀더멘털 개선이 없는 가격 상승으로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10배에서 13배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일부 소수 종목에 대한 편중이 심화되고 있어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소수 종목들에 대한 쏠림이 심해지는 이유는 마땅히 살 종목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라면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세 종목이 코스닥 전체 상승의 34%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2차전지 강세가 주춤해질 경우 글로벌 증시대비 부진한 흐름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위험선호(리스크온·Risk On)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고, 위험회피(리스크오프·Risk Off)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