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대책 黨政大 협의회 결과 국회브리핑 동참한 국토·법무장관 특별법 취지 적극 설명…경매주택 피해자에 우선매수권, 포기시 LH 행사해 매입임대 野 직접매입안과 선긋기…元·韓 "사기로 떼인돈 보상제는 없어, 형평성 문제" 피해자들의 연이은 극단 선택까지 낳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에 여권은 23일까지 두차례의 당정협의를 거쳐 특별법 제정과, 처벌 강화 입법으로 대책안을 냈다. 발표안을 토대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여야 간 접점 모색에 나선다. 당정은 추가 예산 투입이나, 전에 없던 실험적인 보상 방식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피력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를 꼬집는 등 책임공방도 잊지 않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공공매입 보상 대안엔 "국가가 피해(전세)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시장경제 원칙에 벗어났다고 비판했는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나란히 입을 모아 눈길을 끌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원희룡·한동훈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총리공관에서 전세사기 피해대책 당정·대통령실 협의회를 마친 뒤 국회 소통관을 찾아 브리핑했다. 지난 20일 당정협의 때 '피해 임차인에게 주택 경매 시 우선매수권', 가해자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등 제안을 구체화했다.
한동훈(오른쪽 두번째)법무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피해대책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협의회 결과 브리핑 후 취재진을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한동훈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한기호 기자>
박대출 의장은 한시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했다면서 "지난 정부의 주택정책 실패로 야기된 재난수준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정부 시기 재난적인 집값급등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계신 분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특별법엔 경매로 넘어간 피해 주택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 의장은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여력이 부족한 분들껜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하겠다. 임대로 계속 살길 원하시는 분들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에서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해당 주택을 매입한 후 공공임대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박 의장은 "야당이 주장하는 공공매입은 국가가 피해보증금을 혈세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결국 그 부담이 모든 국민께 전가되는 포퓰리즘이고 무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추진하는 방식은 피해임차인 주거보장"이라며 "책임 있고 실현 가능한 지원 방안"이라고 대조시켰다.
뒤이어 원 장관이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피해 임차주택 매입 관련 "기존 LH에서 운영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기준을 거의 그대로 적용해도 된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 물건이 대부분 국민평형인 85㎡, 가액은 3억원 이하에 몰려 있"고, "예산 7조5000억원과 의무 매입 계획 3만6000호가 있어 이 물량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LH 매입임대제도 틀에서 소화 가능한 물량이어서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은 전혀 없다"고 그는 단언했다. 공공예산 투입이 야당안과 다른 점이 뭐냐는 질문엔 박 의장이 "야당안은 피해임차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이라며 "저희는 피해 임차인에게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을 먼저 살 기회, 거주할 기회도 부여한다"고 답변했다.
원 장관도 "'사기 당해서 떼인 돈'을 국민세금으로 직접 대납·반환해주면 국민들이 동의하겠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런 제도는 우리 현행 헌법하에 없다"며 "돌려받을 금액이 제로임에도, 국민 세금으로 떠안아 피해자에게 보증금 미리 돌려주고 손실은 국가가 떠안으라는 내용으로 법안이 돼 있다"고 했다. 천문학적 예산 소요도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안은 보증금 채권에 손을 대는 게 아니다"며 "(경매 중단 없이) 경낙 기회를 (제3자가 아닌) 피해 세입자에게 우선 주겠다는 것이고, (자금이 모자라면) 저리융자 해주는 거고, '추가대출 받기가 싫다'는 사람은 LH가 경낙 받아 공공임대주택 조건으로 (최장 20년)살게 해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거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
'LH 매입임대제도로 피해 주택을 매수해줘도, 피해 임차인들이 임대료·보증금을 낼 여유가 안 될 경우'에 관한 질문엔 "주거안정을 위한 장기대출은 지금도 피해자들에게 열어놨다"며 "주변 임대료 시세의 40~50% 정도로 LH에서 운영하는 공공임대 정도면 부담할 수 있거나, 못할 경우 주거복지 급여 대상일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세사기 피해대책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협의회 결과 브리핑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장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연합뉴스>
'경매에서 실질적으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어떤 방식으로 준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한 장관이 "임대인이 부도 난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 청구권을 부여한다"며 "우선매수 청구권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구 주택임대차법에 2005~2015년 한시적으로 이런 규정을 운용한 적이 있다"면서 특별법에 재적용할 방침을 밝혔다.
그는 "최고가를 적어낸 낙찰자가 있을 때 우선매수 청구권을 가진 사람은 그 가격에 자기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발표안은) 엄격한 요건으로 판단한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 청구권을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야당 안을 고려한 듯 "(곧바로) 'LH에 우선매수 청구권을 준다'는 법을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그건 관계없는 사람(제3자)에게, 헌법상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해치면서 주는 것"이라며 "(당정은) 피해 임차인이 갖고 있던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 LH가 넘겨받을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단 것이다. 그걸 활용하면 LH는 기존 자원을 통해 우선매수 청구권 행사로 그 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 유형이 다양하고 피해자도 많은데, 어떤 특정한 경우 그냥 전액 보상해준다는 방침이 적용된 적 없다. 그러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야당안은 그것에 가깝다. '그(전세보증금) 액수 그대로 대납해달라, 손해를 국가가 떠안으라'는 취지"라고도 했다. 국가·시장경제 운용 원칙과 법체계를 어기지 않는 방향을 모색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사기 근절 방안에 관해 박 의장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도 추진하겠다"며 "임대인뿐만 아니라 배후세력까지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한 장관은 "현행 특경법은 개별 피해자가 다른 경우 (피해규모를) 합산해 형량을 올리는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다른 경우라도 하나의 범위로 이뤄지면 다 합쳐서, 이런 경우(전세사기) 특경법상 사기를 적용해 높은 형량을 적용하겠단 취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