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풍납토성 인근 한강변에 '미끄럼틀 아파트'에 이어 계단식 아파트가 들어선다. 문화재 경관 보호를 위한 층수 규제가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풍납토성 맞은편에 위치한 '천호A1-2구역'은 계단식 아파트로 재개발된다. 문화재에서 멀어질수록 층수 규제가 완화되는 것에 맞춰 가까운 쪽은 8~14층 저층으로, 먼 쪽은 최고 40층으로 지어진다.
이 단지가 준공되면 풍납동 씨티극동아파트와 함께 진풍경을 연출할 전망이다. 씨티극동아파트는 단면이 사선으로 잘린 것 같은 디자인으로 천호대로를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뺏는 건물이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지나면서 한번쯤은 호기심을 가질 법한 외관이다.
'한강뷰를 위한 설계다', '건축가의 무모한 도전이다' 등 씨티극동아파트의 사선 디자인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난무했지만, 이는 문화재 보호구역 내 층수규제를 반영한 실용적인 디자인이다. 문화재 경관 보호를 위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물에는 다양한 규제가 적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층수 규제인데, 문화재높이를 기준으로 앙각(올려다 보는 각) 27° 선을 적용한다. 건축물과 문화재 사이의 거리와 건축물 높이를 2대 1 비율로 맞춘 값이다.
문화재 경계를 기준으로 27°를 적용하다 보니 거리가 멀어질수록 층수가 높아진다. 이 27°선을 극단적으로 반영한 사례가 씨티극동아파트 101동이다. 이번 신통기획안이 확정된 천호A1-2구역 역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에 위치해 층수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전체 사업지 중 3분의 1 정도만 보존지역에 포함돼 나머지 지역에서는 규제에 관계 없이 건축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최근 층수규제 완화 트렌드에 맞춰 규제를 받지 않는 곳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최고 높이를 40층까지 끌어올렸다. 결국 이 단지는 최소 8층, 최고 40층까지 계단식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김남석기자 kns@
서울 강동구 풍납토성 맞은 편에 위치한 '천호A1-2'구역 조감도. 문화재 규제를 피해 풍납토성과 가까운 쪽은 저층을, 먼쪽은 고층을 배치, 계단식으로 각동이 배열된다. 앞서 천호대로 건너편 씨티극동아파트도 풍납토성 안각규제를 피해 사선으로 지어졌다.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