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1조 초격차 투자
플렉서블 등 프리미엄 공략
중국 저가 융단 폭격에 대응
산업육성·지역균형발전 유도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 3년 동안 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일본마저 중국 업체에 밀려 생존을 위협받는 가운데, 플렉서블(유연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차세대 QD(퀀텀닷) 등 신기술 격차를 벌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선다.

이번 투자는 광주에 이어 아산까지 비수도권 지역에 첨단 산업을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이번 투자로 2만60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일 충청남도 아산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와 신규 투자협약식을 하고, 세계 최초로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2026년까지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투자로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건설업체의 매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만6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이에 따라 충남·아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규 라인이 완성돼 양산이 본격화되는 2026년부터는 IT용 OLED가 연간 1000만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IT용 OLED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5배나 증가하게 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의 경우 이미 중국과의 격차가 사실상 없어졌고, OLED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총 투자비의 10% 자금만 보유하고 있어도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BOE 등 중국 기업들은 이런 정부 지원을 활용해 적은 투자비로 LCD 생산설비 확장을 꾸준히 시도했다. 그 결과 LCD 시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으며,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지난 2021년 점유율 41.5%로 세계 1위 국가로 등극했다.

한국은 프리미엄 기술인 OLED 분야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소형 OLED 제품을 4억2900만대 출하하며 출하량 1위를 지켰으나, 시장점유율은 전년 61%에서 56%로 감소했다.

중국 BOE는 시장점유율 12%를 기록하며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2위를 차지했으며, 또다른 중국 업체인 비전옥스와 에버디스플레이도 각각 4·5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삼성이 디스플레이 대규모 투자에 뛰어든 것은, 이렇듯 흔들리고 있는 첨단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한 일본 디스플레이 기업 JOLED의 사례는 적기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지난 1990년대 LCD 시장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국가였으나, 2000년 들어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시기를 놓치며 삼성과 LG 등 한국에 기술 우위를 내주며 산업이 쇠퇴했다. 일본은 2015년 한국과 중국에 뒤쳐진 OLED 경쟁력을 뒤집기 위해 소니, 파나소닉, 재팬디스플레이(JDI) 등 기업과 정부가 합작해 JOLED를 설립했으나, 기술 완성도와 품질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난에 시달리다 결국 최근 파산 신청을 했다.

JOLED의 사례는 산업이 한번 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 회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 변화는 훨씬 역동적이어서 초기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과 대만으로 넘어갔던 주도권이 가까운 미래에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편 삼성은 지난달 15일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지역에 10년 간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같은 달 20일에는 광주에 'C랩 아웃사이드 광주 캠퍼스'를 구축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아울러 용인에 300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수도권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삼성디스플레이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서 직원이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왼쪽 세번째)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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