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농가 파탄법, 거부는 당연" 野 "국민 66.5%가 찬성" 반발 국회 재의결 검토… 대치 격화 다른 쟁점 법안도 밀어붙일듯 전문가 "4월 국회도 빈손될 것"
민주당 소속 박홍근 원내대표와 신정훈 쌀값정상화 TF 팀장 등 의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카드'를 꺼냈다. 국익에 도움이 젼혀 안되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야당의 입법폭주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재의결을 추진하고 간호법·방송법 등 이미 직회부된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강대강 대치 정국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수정 권한은 없고 반대 여부만 결정할 수 있다. 반대할 경우에도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석이 115석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은 사실상 페기될 운명이다.
여야는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양곡관리법'은 궁극적으로 농민들을 더욱 어렵게 할 '농가파탄법'"이라며 "'농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 명약관화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억지 논리로 '내로 남불 DNA'를 입증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몰려가 "양곡관리법은 국민의 66.5%가 찬성한 '쌀값 정상화법'"이라며 "윤 대통령이 공포를 거부하며 국민의 뜻을 거슬렀다"고 공격했다.
이들은 "쌀값 정상화법을 거부해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석열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또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쌀이 과잉생산돼 오는 2030년에는 연 1조 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고 허위 보고를 하고 양곡관리법의 거부를 건의해 농민들을 배신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국회 재의결을 검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통과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법안 추진을 또 한 번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재진에 "당과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계속 행사하는 상황을 만들어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외에도 간호법·방송법 등 여러 법안을 이미 직회부 했거나 직회부를 추진하고 있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에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4월 국회도 여야 대결로 '빈손'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일 양곡관리법이 그렇게 좋은 법이었다면 문재인 정부 때 통과시켰을 것"이라며 "야당이 되자마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면서도 강력히 추진하는 것은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를 사법리스크가 아닌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고, 계속 거부권 정국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4월 국회 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