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성경을 들고 있거나 한국 화장품을 팔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공개처형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는 김일성 초상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임산부도 포함돼 있었다.
통일부는 31일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한다. 정부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해 왔으나 일반에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북한 인권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도록 지시한 뒤 곧바로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9~30일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현재 진행 중인 유엔인권이사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이 국제사회에 널리 공개되기를 기대한다"며 "통일부뿐만 아니라 교육부 등을 포함한 정부 각 부처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문했다.보고서는 2017년 이후 북한의 인권실태를 진술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총 445쪽 분량인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특별사안(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크게 4개 장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에서는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즉결처형, 공개처형, 비밀처형 등의 사례와 증언이 지속적으로 수집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자의적 생명박탈 사례를 보면 2018년 평안남도 평성시에서 열린 공개재판에서는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공개 총살된 주민이 목격됐다. 또 한국 관련 영상이나 물품을 제공·판매했다가 적발돼 사형된 경우도 다수였다. 2020년 양강도에서 한 남성이 중국에서 한국 영상물을 유입해 여러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유포한 행위로 공개총살됐고, 2018년에는 평안남도 평성시 시장 뒷골목에서 하이힐,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몰래 팔다가 체포된 사람들이 사형을 선고받고 공개 총살됐다. 2017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한국드라마를 시청하고 이를 유포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에는 강원도 원산시에서 16~17세 아동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2017년에는 임신 6개월인 여성이 집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춤을 추는 중에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돼 공개처형됐다고 한다.
식량배급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식량배급대상과 기준을 연령, 성별, 직종, 노동 강도 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양강도 운흥군에서 201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식량배급을 받았고, 2019년까지 식량배급은 없었다는 진술이나 같은 지역에서 2019년 식량배급이 이뤄지지 않는 등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웠다는 진술이 이어졌다. 평양에서도 2018년 또는 2019년 등 배급양이 규정보다 적어 1년 치 식량으로 2~3개월 분의 옥수수만 받았다는 사례도 나왔다.
통일부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 영문판 발간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보고서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지연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고, 북한인권법이 하루 속히 정상적으로 이행되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고,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의미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북한인권보고서 발간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