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나명희 부사장
"메모리 연구만으로는 반도체 격변기를 주도할 수 없습니다. 연산 기능이 더해진 메모리가 만들어낼 새로운 컴퓨팅 환경까지 고려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SK하이닉스의 미래기술연구원인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를 이끌고 있는 나명희(사진) 부사장이 30일 자사 뉴스룸에서 공개된 사내 인터뷰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연구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RTC는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이 미래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2021년 출범한 선행 연구 조직이다. 초거대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메모리 기술을 뛰어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다.

나 부사장은 1970년 출생으로 1993년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나온 뒤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IBM에 입사해 반도체 기술을 연구했으며, 2019년에는 유럽 최대 반도체 연구원인 IMEC에 합류해 2년 여 동안 함께했다. 이후 2021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RTC를 이끌고 있다.

나 부사장은 RTC의 미래 기술 연구를 수많은 비슷한 조각들을 껴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 맞추기'에 비유해 "퍼즐을 완성할 때는 마지막 '그림'이 중요한 것처럼 RTC는 이러한 그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라며 "더 멀리 보고 최종 목표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도록 정확도와 성공률을 높여주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TC의 연구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사업인 D램과 낸드 제품에서 기술 변곡점을 넘어설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를 연구한다. 두 번째는 다음 세대의 기술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뉴 타입 메모리 확보, 마지막으로 차세대 컴퓨팅 방식에 대응할 반도체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나 부사장은 연구 방향성과 함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개방형 연구 혁신을 주도할 ORP(Open Research Platform)가 그것이다. 글로벌 기술기업 IBM과 IMEC 국제반도체연구소에서 일했던 그의 경험을 담아낸 플랫폼이다. 지난해 오픈한 RTC 공식 웹사이트는 ORP의 대표 채널 중 하나다. 영문으로 구축된 이 사이트는 RTC의 연구 분야와 현황을 대내외에 알리고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나 부사장은 이를 시작으로 '시간적, 지역적,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연구 협력 조직으로 성장'하기 위해 연구 협력 자원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글로벌 전문가 간의 네트워크로 지속가능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협력 구조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R&D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함께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나 부사장과 RTC 소속 구성원들이 IEDM, IMW, ISC 등 세계적인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나 부사장은 "연구라는 것은 사실상 실패 확률이 더 높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패는 곧 경험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돼야 한다"며 "RTC가 앞으로 쌓아갈 성공 스토리와 시행착오는 모두 SK하이닉스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확실한 토대가 돼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나명희 SK하이닉스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나명희 SK하이닉스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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