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오너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잃어버린 5년' 그림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총수 공백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에 겪어야 했다.
이 사태가 있기 전인 2015년부터 3년 간은 신동주·동빈 형제 간 분쟁이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신동빈 회장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 탈환 시도를 지속하면서 비롯된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 극에 달하자 롯데는 2015년 8월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로 인해 롯데는 황각규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으나, 이 같은 비상경영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경쟁사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체질개선을 가속화하는 동안 롯데는 인수·합병(M&A), 글로벌 경영 활동 등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
롯데는 지난해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 3가지를 그룹의 미래를 이끌 사업으로 꼽고 '5년간 총 3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에는 여기에 뉴라이프 플랫폼을 더한 4가지 테마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5년 만회를 위해 서둘러 밀어붙인 신사업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직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 유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인천지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직원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작년 6월 삼성바이오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하면서 회사 영업비밀 자료인 품질보증 작업 표준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들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작년 7월 인천지법의 일부 인용 결정을 받는 등 양사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핵심 사업인 유통사업의 혁신도 더디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유통의 무게중심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IT를 기반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쿠팡, 네이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유통 사업에서 뒤늦게 투자해 오고 있지만 좀처럼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부인 롯데온의 지난해 성적이 이를 말해 준다. 롯데온은 연간 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작년 15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인적쇄신, 순혈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단행했던 인사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월, 롯데에 영입된 지 1년 5개월여만에 돌연 사임한 배상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교수가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21년 9월 그룹 사장단 중 첫 외부인사로 배 교수를 영입해 롯데지주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직을 맡기는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최연소 교수라는 이력의 배 교수에게 디자인경영센터장직을 맡겨 햄버거 전문점 롯데리아 브랜드 이미지 개선, 롯데제과 영등포 공장 재개발 프로젝트 가동 등을 추진 중이던 터였다.
배 교수의 사임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후진 양성을 위한 강단 복귀 준비 차원의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견 충돌로 인한 갈등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배 교수가 떠난 지 두 달이 다 돼도록 롯데지주는 후임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뽑지 못하고 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