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50~70% 감소에 관망세 전망…증여 다시 증가 예상도 "최근 15억원 초과 주택담보 대출 허용 이후 급매물이 거의 다 팔렸는데 공시가격과 보유세 인하 소식까지 더해지며 급매물이 싹 사라졌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집주인들도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데, 매수자들도 가격이 오르니까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잘 안된다."(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서울 평균 17.3% 떨어지는 등 역대 최대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사라지고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추가하락을 기대하며 매수세가 감소한 가운데, 공시가격 인하로 보유세 부담이 줄자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보류하거나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간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28일 세무 전문가 등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인하로 서울의 주요 아파트를 보유한 2주택·3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작년보다 무려 70% 가량(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시) 줄어든다. 1주택자도 중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세부담이 작년보다 40~50%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아야 하는 수요가 감소하는 배경이다.
강남3구를 제외한 비강남권의 아파트는 대부분 종부세 대상에서 빠졌다.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13억8200만원에서 올해 10억9400만원으로, 왕십리 텐즈힐 전용 84.92㎡는 12억7200만원에서 9억47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까지 공시가 9억원 이하에 주어지는 재산세 특례세율(0.05%포인트 인하) 적용도 받는 케이스도 나왔다.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88㎡는 공시가격이 지난해 11억8400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었으나 올해는 8억38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재산세 특례를 받아 보유세가 작년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고덕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달 급매가 다 팔리고 2억~3억원 비싼 정상 매물만 남게 되자 최근 매수문의와 거래가 줄었다"며 "여기에 올해 공시가 하락으로 보유세도 작년의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고 있다. 매물 자체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매물은 수치상으로도 줄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1일 공시가격 발표 당시 5만8954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6일 6만399건까지 늘었으나 일단 27일 기준 5만9728건으로 소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상태에서 일단 시장의 관망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큰 폭의 공시가격 인하와 보유세 감소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와 가격 하락을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역전세난, 경기침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매수자들도 쉽게 움직이긴 어려워 다시 거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초 급감했던 증여 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올해부터 시가인정액(매매가액·감정평가액·경공매 금액)으로 바뀌며 세부담이 늘었지만, 집값 하락 덕분에 증여세 자체 감소폭도 크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연초 매도를 고려했던 다주택자들이 호가가 살짝 오르고, 보유세 부담도 줄어들자 매도를 보류하고 '정중동'에 들어간 상태"라며 "대신 급매로 싸게 파느니 차라리 지금처럼 집값이 낮을 때 증여하겠다며 상담해오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