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아마존' 혹는 '중국의 쿠팡' 하면 어떤 기업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중국 1위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정답은 2위 기업 징동닷컴(JD.COM ADR, 나스닥 상장, 티커명 JD)입니다.

규모 자체는 알리바바가 훨씬 큰데 왜 징동닷컴이 중국의 아마존이 됐을까요? 바로 시스템의 차이 때문입니다. 징동닷컴은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해주는 오픈마켓이 아닙니다.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판매자 물건을 구매해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하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배송해주는 '풀필먼트'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에는 최대 규모로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알리바바는 기본적으로 입점해 있는 판매자들이 직접 배송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송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수많은 판매자들을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보니 '짝퉁' 이슈에도 큰 단점으로 꼽혀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징동닷컴은 후발주자지만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한 빠른 배송과 정품 보장 등 알리바바와는 다른 차별점으로 승부한 결과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이 이베이를 넘어선 것처럼, 징동닷컴이 알리바바를 뛰어넘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자회사 제이디로지스틱스(JD Logistics)를 보유한 징동닷컴은 2022년 말 기준 5만개 이상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국경 간 배송, 저온을 유지하는 콜드 체인 배송, 냉동·냉장 보관, B2B(기업간 거래) 및 크라우드 소싱 물류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징동닷컴에 대해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비용을 절감하고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하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주가는 지난해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언제쯤 반등이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뉴욕 증시에서 지난 2021년 108달러대(2월 17일 장중)까지 상승했던 징동닷컴 주가는 지난 1년 동안에는 68.33달러에서 56.13달러로 18% 가까이 빠졌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본격화하면서 성장주에 부담이 된데다가 특히 중국 현지에서 코로나19 봉쇄 정책이 이어지면서 발목을 잡힌 겁니다.

올 들어서도 하락세를 이어가며 30달러선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현 주가(현지시간 22일)는 38.50달러로 이달에만 15% 이상 급락했고요.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는데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 증가한 2954억위안(56조1200억원),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영업이익은 156% 성장한 73억위안을 기록했습니다.

타 플랫폼에 비해 고가의 전자·가전제품 매출 비중이 높은 탓에 중국 내수부진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으면서 전년 대비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화장품이나 의류 등 품목의 비중이 작다보니 중국 봉쇄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 수혜도 입지 못했습니다. 징동닷컴이 '가성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이 의구심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오는 5월 발표 예정인 올 1분기 매출 증가율은 더 둔화될 수도 있다는데요, 징동닷컴 경영진은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서비스업을 제외한 소비재 수요 회복이 아직까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분기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 중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지속, 업계 가격 경쟁 등 리스크 요인으로 향후 실적 우려가 대두된다"면서 "당분간 보수적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도 징동닷컴 주가가 올해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8월까지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분기별 실적과 경쟁업체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의 갑론을박을 불러온 건, 바로 '100억위안 보조금' 전략입니다. 징동닷컴은 한화로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해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요, 나쁘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당일 주가가 11% 이상 급락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징동닷컴의 목표는 고가 브랜드 이미지 탈피와 저가 시장 이용자 기반 강화입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고가 가전제품 등의 판매 비중이 높은 징동닷컴은 설립 시점부터 저가 시장을 공략한 핀둬둬와 타오바오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는 알리바바 대비 저가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합니다.

하지만 당장 투자자들은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분위깁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보복소비 수요를 노린 각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일제히 최저가 경쟁에 나서면 결국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다만 일각에서는 당초 상반기와 하반기 크게 세일 행사를 진행해왔던 징동닷컴이 매일 초저가 전략으로 전환하더라도, 연간 마케팅 예산은 크게 차이가 없을 거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또 오픈마켓 판매자와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할 계획이라는 점도 자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당분간은 타 플랫폼의 움직임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용만 들이고 별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저가 이용자 유입의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이와 별개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과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 추가 성장 가능성 등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맥킨지는 2022년 12월 보고서에서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간 15~25%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징동닷컴의 4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356억위안으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FCF는 최근 3년간 연평균 20% 이상 늘었습니다. 2021년 262억위안과 비교해도 35% 이상 증가했고요. 10억달러 규모 현금배당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배당금 규모는 2022년 연간 Non-GAAP 순이익의 24% 수준에 달합니다. 최근 글로벌 애널리스트 38명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평균 71.39달러로, 현 주가(38.50달러)와의 차이는 85.43%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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