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등 맹목적 비난 환경단체 "美도 뒤로는 모니터링" 전문가 "韓 영향 10만분의 1 수준" 과학적 근거·팩트체크 우선돼야
3월 9일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탈핵 행동의 날' 집회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핵 진흥 정책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탈을 쓴 채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는 왜 그럴까?
환경단체의 주요 정책 발목잡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환경단체는 최근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안전, 환경 보호 등을 이유로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약한 선동성 주장을 펼치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제정과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과학적 근거 없이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성이 여러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속속 입증되면서 이들의 주장이 과도한 '정책 발목잡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의 문제 제기로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고 엄청난 예산산을 낭비한 사례가 되풀이 되고 있다.
◇도 넘은 원전 공격=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2주기를 맞아 각종 환경단체들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한국과 바로 인접한 일본에서 대형 핵참사가 발생하고, 1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피해와 오염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올해 봄에서 여름, 태평양에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계획을 추진해 바다로 이어진 전세계에 위험을 확산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바다와 수산물 안전 위협을 넘어 경제가 흔들릴 거라는 주장까지 폈다.
그러면서 "핵발전으로 인한 사고는 모든 생명과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남기는 것을 목격하고도 한국 정부는 위험한 핵발전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염수 방류를 원전 공격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박한다. 한국해양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에 의한 해양 확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국내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기관은 일본이 올해 3월부터 2033년 3월까지 10년 간 최대 22조TBq(테라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가정 하에 10년 후 한국 관할 해역에 ㎥당 0.001베크렐 내외로 도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삼중수소는 오염수에 가장 많이 포함된 방사성 핵종이며 22조테라베크렐은 일본의 연간 방류량 중 최대치다.
한국 해역의 평균 삼중수소 농도가 ㎥당 172베크렐인 점을 감안하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영향은 10만분의 1 수준이다. 중국도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 제1해양연구소는 지난해 일본이 10년 간 총 900조베크렐의 삼중수소를 방출하면 5년 후에 ㎥당 약 0.001베크렐 농도로 우리나라 관할 해역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운동연합의 바다위원회 위원장인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후쿠시마 방류에 대해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지나 후쿠시마와 가장 가까운 알래스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수년 째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를 일본 기준치의 40분의 1로 낮춰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뜨거운 감자 고준위 특별법=국회에 계류된 고준위 특별법도 논란거리다. 환경단체는 법이 제정되더라도 2060년은 지나야 방폐장이 마련되고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등 국내 관리 기술에 불신을 표한다. 2060년은 올해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이 전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별법 제정부터 고준위 방폐장 마련까지 37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학계와 원전 업계는 이를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지하 연구소 등을 이용하고 인력을 투입하면 2050년까지도 당길 수 있다"며 "기술력은 이미 핀란드 등 해외사례처럼 안전성까지 확보가 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고준위 방폐장 설립을 두고 환경단체와 정부가 34년간 힘겨루기를 사이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은 당겨지고 있다. 2021년 말 한수원이 예상한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기는 2031년이었으나 지난달 포화시점을 2028년으로 재산정했다.
◇사업 차질에 책임은 누가=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주요 국내 국책사업의 환경적 갈등 사례 및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거 환경 파괴 논란이 됐던 국책 사업들이 생태계에 미친 변화는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92년 시작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사업은 도롱뇽 서식지 파괴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가 반발했으나 환경부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공사 전후로 도롱뇽 알 분포 변화가 없었다. 2003년 당시 정부는 결국 터널공사를 중단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했으나 법적 공방 끝에 2007년 11월 굴착을 완료했다. 이로 인한 협력사 피해보상은 약 51억원이었으며 대한상공회의소는 사회·경제적 손실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패산 터널은 1989년 수도권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됐으나 2001년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법정보호종 고란초 군락지 훼손 등 환경파괴를 이유로 농성을 벌이자 공사가 중단됐다. 정부는 환경단체, 불교계와 협의를 거쳐 2년 만에 공사를 재개했으나 약 5000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7일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경수로 건식저장시설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시만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건식저장시설은 고준위 방폐장 이동 전 단계인 중간저장시설이 갖춰지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원전 내 저장시설이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2032년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건식저장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학적 근거로 입증된 사실에 대해 과학적 논의를 해야하지만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기 때문에 답이 안나오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환경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전문성에 입각해 관련 주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2003년 3월 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 앞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개통촉구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사재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