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서울시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신축 아파트 입주 현장에서 조합원이 '공사비 인상' 각서를 쓰지 않으면 입주하지 못하는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강·건설 공사비 급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사례인데, 조합원이 추가 잔금을 치르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야만 건설사가 입주키를 불출하는 현상이 건설업계 영업 형태로 자리 잡는 모양새로, 입주자와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와 재건축 조합이 공사비 인상 갈등을 벌여 제때 입주하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은 이달 1일 양천구로부터 준공 허가를 받았지만,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아파트 입구를 컨테이너 등으로 가로 막아 일반 분양자와 조합원 세대 모두 입주하지 못했다. 신목동 파라곤은 서울 양천구 신월4구역을 재건축해 지상 최고 18층, 5개동, 299가구 아파트를 조성한 단지다.

동양건설산업이 이 단지 입주를 막은 이유는 신월4구역 조합으로부터 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동양건설산업은 신월4구역 조합과 신목동 파라곤 도급계약 당시 '2018년 7월 이후 기획재정부 발표 소비자물가 지수를 기준으로 3% 이상 물가가 상승할 경우 공사비를 인상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썼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8년 8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12월 기준 9% 이상 오른 상황이다.

이에 신목동 파라곤 현장에선 조합이 '입주 후 공사비 인상분에 따른 추가 잔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쓸 경우 시공사가 일반 분양자의 입주를 허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도급계약에 근거해 신월4구역 조합에 약 1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상황으로, 조합원 분담금은 세대 당 8000여 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일반 분양자 입주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조합 측에서 손실보전에 대한 책임 있는 의사를 밝히면 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인천 부평구 '부평SK뷰해모로'에서도 시공사가 조합원에 각서를 요구했던 사례가 있었다. 당시 이 단지에선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보류지가 팔리지 않을 상황에 놓이자 시공사가 '5개월 내 공사비 환수하지 못할 경우 조합원에 강제집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각서를 조합에 요구했던 사례가 있다. 현재 이 단지에선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계약서에 명시된 잔금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전에 각서를 쓴 세대에만 입주 키를 불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호황일 때는 문제로 보이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이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선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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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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