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시 공사비 인상 가능" 답변에
건설사, 열쇠 안내줘 갈등 깊어져
강남·서초 등 입주지연 우려 비상

6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 써밋 투시도 <대우건설 제공>
6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 대치푸르지오 써밋 투시도 <대우건설 제공>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입주를 놓고 건설사와 입주민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입주를 앞둔 아파트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인상이 안될 경우 조합원들의 입주가 제한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사에 '조합과 협의시 공사비 인상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유권해석이 입주 예정 단지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구·서초구·양천구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말 강남구 '대치푸르지오 써밋' 조합에 공사비 670억원 증액 불가 시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를 불출하지 않겠다고 했고,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공사비 인상 불가시 공사를 멈추겠다는 시공사의 엄포(?)가 있었다.

신목동파라곤에서도 분담금 조율과 관련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주요 근거는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건설사들은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건설 공사비가 급등해 시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초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재작년 동기보다 20~30% 올랐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올해 1월 150.87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는 올해 초 '재건축 조합에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청구해도 되는지 여부를 국토부에 문의했고, '조합과 협의 시 공사비 증액·공사기간 연장 등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건설 현장에서 천재지변 등으로 공사중단이 발생하지 않는 한 공사비 변동은 없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토부는 계약 변경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근거로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도 된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국토부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천재지변'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건설사-재건축 조합 간 계약은 민간의 영역으로 당사자 간 협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국토부가 유권해석한 것은 '공사비를 인상하라'가 아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지 않느냐"며 "국토부의 애매한 유권해석 때문에 서울 입주 예정단지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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