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물량 증가 인력 턱없이 부족
연말까지 1만4000명 부족 전망
외국인력 도입 허용비율 30%로

사진은 조선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조선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연합뉴스
만성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거나 몸이 좋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선 넘는' 구인공고까지 등장했다. 최근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이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면서 정부까지 발벗고 인력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력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울산의 한 업체는 족장공(높은 곳에서 발판을 설치·해제하는 업무를 하는 노동자)구인공고에서 '건강검진 결과에 이상이 있거나 안좋으셔도 입사지원 가능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는 구인 공고 상단에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등을 함께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 측에서는 해당 문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노조는 "아무리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들, 대놓고 건강이 나쁜 사람까지 일을 시키겠다는 것인가"라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위험한 작업장, 급여마저도 턱없이 낮은 조선소를 기피하는 현상은 당연하다"며 "근본 문제 해결을 외면한 채 그 정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부연했다.

노조 측에서 하청업체의 채용형태에 대해 문제삼은 것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노동자가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가 사고를 당할 경우 원청업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이 업체가 자사의 협력사인 것처럼 사칭했을 뿐, 현재 이 하청업체와 당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대기업의 이름을 구인공고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에서 생산한 100톤짜리 원자로 설비 부품을 트레일러에 올리는 상차 작업 중 운송전담업체 직원이 끼임 사고로 숨지자 최근 법원은 두산에너빌리티 법인과 법인 대표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조선업 인력문제는 최근 건조물량 증가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조선업계에서 약 1만4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 기준 조선업계 종사자(약 9만여 명)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조선사들까리 인력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HD현대 한국조선해양이 부당하게 핵심 인력을 빼갔다는 이유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케이조선, 대한조선 등 4개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조선해양을 핵심인력 부당 유인행위로 제소했다.

이에 정부도 인력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도입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현재 대기중인 비자 1000여건을 이달 안으로 모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별 외국인력 도입 허용비율도 기존 20%에서 30%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말이 통하지 않아 여전히 안전사고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의 구인공고. 맨 마지막에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입사지원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제공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의 구인공고. 맨 마지막에 건강에 문제가 있어도 입사지원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현대중공업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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