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우크라이나 방문 의향이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러시아를 함께 찾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교황은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신문 '라 나시온'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가고 싶지만, 모스크바를 함께 간다는 조건이 있다"며 "두 도시에 함께 가거나 아니면 두 곳 다 가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의 이 같은 조건부 키이우 방문 언급은 서방으로부터 비판적 반응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EU(유럽연합) 국가의 정상 등 거의 모든 서방의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침공을 비난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상징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에서입니다.
심지어 일부 서방 언론은 교황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데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교황도 서방의 이 같은 요구와 여론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를 적극 두둔하거나 러시아를 배척하는 일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선과악으로 나뉠 수 없는 복잡한 인종적 요소와 서방과 러시아간 오랜 역사적 갈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교황청이 러시아를 비난하게 되면 본의 아니게 러시아정교회의를 믿는 러시아와 가톨릭의 교황청이 종교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이 됩니다.
교황은 1년을 넘기며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전쟁이 나를 아프게 한다"면서 "대화와 구체적인 평화 구상을 통해서만 끝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황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개전 초기에 러시아 측에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고 상기했습니다. 당시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방문 의사에 감사하다면서도 거절했다고 교황은 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3일 즉위 10주년을 맞습니다. 가톨릭 전문 매체 알레테이아에 따르면 교황은 10년의 재위 기간 40차례 해외 사도 방문에 나섰으며 총 60개국을 방문했습니다. 교황은 이념과 종교, 국가를 초월해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평화와 화합, 공존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한 행보를 보여온 교황이 사실 지금 방문해야 할 곳이라면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일 겁니다. 그러나 복합적 요인으로 모스크바를 함께 방문하는 조건이 아니면 키이우 방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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