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의 공천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과정에서 비이재명계를 대거 배치하는 파격 인선을 단행했다. 총선 불공정 우려를 가라앉히면서 비주류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 대표 책임론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 공천 준비를 본격화할 TF를 구성하면서 구성원 11명 중 9명을 비명계에서 발탁했다.
TF의 단장을 맡은 이개호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과거 지역구 의원을 했던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으로,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이 전 대표를 도왔다. 부단장을 맡은 정태호 의원은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성향으로, 그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를 도왔다.
위원인 맹성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이고, 김영배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정무실장 출신이다. 배재정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위원들도 TF구성 과정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조승래 의원과 캠프에서 활동한 송옥주 의원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북 민심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 8·28 전당대회에 출마해 친명계 중심 지도부를 우려했던 고영인 의원과 강훈식 의원을 도왔던 이소영 의원도 TF명단에 들어갔다.
친명계 2명도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은 문진석 의원과 조직 사무부총장을 맡은 이해식 의원은 모두 당직자여서, 논란을 최소화하는데 공을 들인 모습이다.
이런 파격적인 인선은 비주류·친문·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공천 학살'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로 집권했던 시절인 지난 2015년에도 비주류를 중심으로 '친노패권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다만 공천학살 우려만 약화했을 뿐 본질적인 문제인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여전해 기소 시 당헌 80조 적용 여부 등 친명·비명 간 갈등 요소는 불씨로 남아 있다. 이날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의 당 대표라는 사실에 당원으로서 한없는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당이 '이재명 방탄'을 이어간다면 민주당은 그 명(命)이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