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태 사외이사 후보 자진사퇴
KT스카이라이프 내정자도 사의
시민단체, 구현모 배임 혐의 고소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KT를 둘러싼 격랑이 더 거세지고 있다. KT가 정부·여당을 의식해 영입하려던 사외이사와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은 구현모 KT 대표와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여기에다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1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까지 윤 대표 후보 선임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가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KT 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내정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으로, KT가 정부·여당을 의식해 대표 후보로 지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인 윤 내정자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한 이력이 있다. MBC 기자 출신으로 KT에서 부사장과 미디어허브 이사를 지낸 뒤 OBS 경인 TV 사장을 역임했다. 최근 치러진 KT 대표 공모에서 탈락한 인사이기도 하다.윤 내정자는 사의를 표하면서 "개인적인 사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후보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던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지만 이틀 만에 "일신상 사유"를 들어 자진 사퇴했다. 후보 내정자들이 연이어 고사하자 여권과의 조율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T 대표 인선 과정을 비판했던 여권 내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임승태·윤정식씨 사의는 윤 대통령과 인연 있는 인사를 기용해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 얄팍한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 이들도 KT에 본의 아니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도 KT를 겨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이 구 대표와 윤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정했다. 핵심 의혹은 구 대표가 KT텔레캅 일감을 사설 관리업체에 몰아주고 비자금을 만들어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대표를 두고 이어진 검찰 수사는 차기 대표 후보까지 칼날을 겨누고 있는 모양새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수장 5명 중 초대 이용경 사장을 제외하고 구 대표를 포함해 4명(남중수·이석채·황창규·구현모)이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KT측은 이에 입장문을 내고 "KT는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고,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를 적용받는 기업으로,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에 모종의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KT에 재입사했다는 주장과 호텔 사업 정치권 결탁 의혹도 반박했다.

오는 31일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향방도 KT에 우호적이지 않다. 지분 10.1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윤 후보 선임에 부정적인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지분 7.8%를 보유한 2대 주주 현대차그룹도 "대주주 의견을 고려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하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3대 주주인 신한은행(5.6%)은 아직 공식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사를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결집해서 판을 뒤집지 않는 한 상황을 바꾸는 게 힘들어 보인다. 현재 소액주주들은 정치권 외압에 맞서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달 25일 개설된 네이버카페 'KT주주모임'의 회원수는 현재 1160명을 넘어선 상황으로, 주주권 행사 동참 의사를 밝히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참가자는 "소액 개인주주들이 더 많이 참여해 경영능력이 없는 정관계 출신 낙하신 인사를 앉히려는 움직임으로부터 KT를 지켜야 한다"며 "KT의 진정한 주인은 소액을 투자한 일반 국민들이지 국민연금이나 정부·여당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KT는 주총에서 대표이사 후보 윤경림 사장 외에도 사내이사 후보 2명(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송경민 경영안정화 TF장)과 사외이사 후보 3명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KT 측은 공시를 통해 "윤경림 후보자는 '디지.AI(디지코+AI)'라는 비전을 통해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차별적 전략에 기반한 '질적 성장' 및 AI·DX(디지털혁신)·제휴·협력·글로벌을 중심축으로 '개방형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한 실행방안을 제시했고 기업문화 개선 등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를 피력했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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