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무기명 투표, 반대표 `제로`…기립박수 속 미소띈 시진핑

국가 주석·중앙군사위 주석 만장일치 당선으로 시진핑 3기 출범
기표소 없이 자리서 투표·찬성은 기표 안 해
10일 오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14기 1차 회의 제3차 전체회의가 열린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 사회자인 리간제 정치국원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 당선 사실을 알리자 인민대회당 만민대례당에 있던 2952명의 인민 대표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신중국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가 주석 3연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권력의 정점인 당 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에 오르며 집권 3기를 시작했다. 이어 이날 국가주석에 3회 연속 선출됨으로써 최고지도자 재임기간을 총 15년으로 연장했다.

시 주석의 국가 주석 3연임은 일찌감치 확정돼 있었다. 당이 모든 기구의 상위에 있는 중국 정치 체제의 특성으로 전인대 투표는 사실상 요식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날 전인대 대표 2952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투표에서 반대는 물론, 기권도 한 표 없이 유효표 2952표의 만장일치 찬성을 받았다.

국가 주석과 함께 진행된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선거에서도 2952명 전원의 지지를 받았다.

시 주석은 5년 전 2018년 전인대 대표 2970명이 참석한 표결에서도 만장일치로 국가 주석에 재선출됐다. 처음 국가 주석에 오른 2013년 투표에선 찬성 2952표에 반대 1표, 기권 3표로 99.8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시 주석은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띈 채 자신을 뽑아준 전인대 대표들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어 단상 앞으로 나온 그는 왼손을 중국 헌법에 얹고, 오른손 주먹을 쥔 자세로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에 충성하고 헌법 권위를 수호하며 법이 부여한 직책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선서문을 낭독했다.

함께 진행된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국가 부주석 투표에서도 예상대로 자오러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한정 부총리이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전인대는 이날 국가 주석 등 지도자 선출에 앞서 진행된 국가기구 개혁 초안 표결도 찬성 2951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이날의 투표는 보통·평등·직접·비밀 선거에 익숙한 다른 국가들겐 낯선 풍경이었다.

투표는 전인대 대표들이 국가 주석,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부위원장, 국가 부주석의 이름이 각각 적힌 4장의 투표용지(A4 용지 크기)에 미리 나눠준 펜으로 기표하는 방식이다.

투표용지에는 중국어와 7개 소수민족 언어로 후보자 이름과 함께 반대와 기권을 표기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찬성할 경우 투표용지에 아무런 표시도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2∼3차례 흘러나왔다.

사회자는 인민 대표 2952명이 28개의 붉은 전자 투표함에 투표하는 동안 취재진의 퇴장을 요구했다. 무기명 투표지만, 회의장 어디에도 기표소가 설치되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투표하는 방식이어서 참석자 누구도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약 15분 뒤 투표가 끝나자 취재진이 다시 입장했고, 시 주석을 시작으로 전자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절차가 시작됐다. 최고지도자인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투표용지를 넣을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무슨 투표냐'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투표는 화기애애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와 달리 인민대회당 주변 톈안먼 광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삼엄한 분위기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정·사복 공안이 대거 배치된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는 일반인들의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톈안먼 광장을 지나는 간선 도로인 창안제에도 공안들이 수십 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배치됐고, 일반 차량의 이동도 통제했다.

시진핑 3기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이날 전인대 전체회의는 투표 시간, 휴회 시간, 선서 시간 등을 모두 포함해 2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