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랜이 차세대 무선통신 시장 변화의 키워드로 부각되면서 기술 확보와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세계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랜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3'의 주요 주제 중 하나였던 오픈넷, 즉 네트워크 개방성을 대표하는 기술로 꼽힌다. 실제 올해 MWC 현장에서 국내외 기업들은 오픈랜 관련 전시 부스를 열고 주제발표를 하는 한편 협력 논의를 벌였다.
오픈랜은 무선 기지국의 SW(소프트웨어)와 HW(하드웨어) 장비를 서로 분리해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 상호 연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과거 제조사마다 폐쇄적인 운영체제를 쓰던 컴퓨터가 유닉스, 윈도 등 개방형 운영체제 등장으로 상호 호환이 가능해진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네트워크장비가 SW 정의 방식으로 연동되면 자원의 유연성이 커지고 연결성이 강화되는 강점이 있다. 특히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1위인 화웨이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일본, 영국 등이 오픈랜 표준화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WC 2023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오픈랜 관련 논의를 활발하게 펼쳤다. 보다폰, 도이치텔레콤, 오랑주, 텔레포니카, 텔레콤이탈리아 등 유럽 5대 통신사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오픈랜 공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2025년 유럽 전역 오픈랜 상용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보다폰은 교외, 시골지역 외에도 도심지역까지 오픈랜 상용화를 추진한다. 이번 전시에서 관련 기술과 솔루션도 공개했다.
미국 인텔과 디시네트워크, 버라이즌, 일본 NTT, 라쿠텐 등도 오픈랜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MWC에서 중국계 중소기업과 대만 기업들이 보여준 오픈랜 기술 진화다. 대만 넥스콤(Nexcom) 등은 5G 오픈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최신 네트워크 제품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계 중소기업과 대만관을 보면 대부분 오픈랜에 기술력을 쏟아부었음을 알 수 있다"며 "DU(디지털장치), CU(중앙처리장치) 등 무선접속망 핵심 요소인 오픈랜 관련 기술 전시가 주를 이뤘고, 아프리카나 인도같이 5G에 큰 투자를 하지 못하는 국가를 겨냥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오픈랜 연구개발과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1~2년 내에 제대로 공략하지 않으면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오픈랜 사업화에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초 오픈랜 사업화를 위해 영국 보다폰을 통해 가상화 기지국을 공급, 5G 이동통신 장비를 통한 상용 신호 송출에 성공하며 유럽 시장에서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장비 선택지를 넓히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이동통신사 또한 오픈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픈랜 글로벌 연합체 '오랜(O-RAN) 얼라이언스'의 차세대 연구그룹에서 '6G 요구사항 및 서비스' 분야 공동 의장사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협업을 펼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노키아와 상용망 환경에서 오픈랜 장비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공동 구축하고, 델테크놀로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와 오픈랜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정부도 오픈랜 활성화를 위해 연합체를 운영하고 시장 활성화에 나선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국제인증 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오픈랜 시장은 연평균 42% 성장해 2030년 320억달러(약 41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으로, 국내 기업들은 처음부터 해외를 목표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동구 연세대학교 교수(전기전자공학부)는 "오픈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 시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바깥 시장을 봐야 한다"며 "정부도 통신장비 기업과 통신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방안을 도모해야 한다. 1~2년 내에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차세대 네트워크 시장 리더십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