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5건으로 1년 새 80%↑ 합병 성사돼야 증권사에 이익 금감원 "투자 손실 주의해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합병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상장을 추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일반 투자자가 이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이 9일 공개한 최근 스팩을 통한 기업공개(IPO)·합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스팩을 통한 증시 상장 건수는 지난해 45건으로 2021년(25건)보다 80% 늘었다.
2020년에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건에 불과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스팩을 상장해 모은 자금으로 비상장회사를 인수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장 후 3년간 인수·합병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는다.
스타트업 등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기업공개 공모 절차를 우회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증시에 데뷔할 수 있다는 게 스팩 상장의 장점이다. 특히 공모주 열기가 식으면서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된 것도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이 늘어난 배경이다.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성이 제한된 비상장사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스팩 투자 시 손실 가능성에 유의하며 신중히 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금감원은 "스팩 투자 및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팩의 대표발기인인 증권사가 합병 성사를 위해 합병비율을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평가할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감원이 2019∼2022년 9월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분석한 결과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은 본질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표발기인인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합병 성공 시 자문수수료를 받고 스팩 주식 취득가액도 낮기 때문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팩 상장에 관여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해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경우 합병 완료 후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미리 스팩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견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및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 같은 이해상충 요소가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팩은 일반투자자가 인수·합병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존재하므로 투자자들은 유의하며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