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며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긴축 강화 등을 내달 기준금리 결정에 반영하겠다며 매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겠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해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유류세 조정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과 관련해선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경제 회복, IT(정보기술) 부진 완화 등에 따라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경기 부진 심화, 금리 상승 영향 확대 등은 경기 하방 위험 요인으로 잠재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예상보다 길게 유지되면서 경기 하락을 심화시킬 가능성, 유로 지역 실질 구매력 저하와 추가 금리 인상, 부동산 취약성으로 중국 경기 회복세가 제약될 가능성 등이 경기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국내 경기 하방 요인으로는 금리 상승 영향 가시화, 높은 가계부채 수준, 주택시장 부진 등이 언급됐다.

한은은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준금리 결정에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이사)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미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3월 FOMC 회의 이후 완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를 4월 금리 결정할 때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 통화 긴축이 시장 예상보다 더 강화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의 상당폭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 여건 변화가 환율, 외국인 채권 자금 유출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긴축 기조 강화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경제 기초체력을 악화시켜 추가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묻는 물음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낮추는 데 기여했다"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건전성, 금융기관 시스템 건전성, 은행의 수익성 및 자기자본 비율, 경상수지 올해 흑자 기조, 대외 순채권, 외환보유액 등으로 대응하기 충분하다. 다만 내부적인 요인보다는 국제금융시장의 환경 변화에 환율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이 각각 1.4%포인트·1.3%포인트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3.00%포인트(0.50%→3.50%) 오른 결과 올해까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4%포인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포인트 떨어지는 누적 효과가 예상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성장·물가 둔화 영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 시차를 고려할 실물경제 둔화 영향은 올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한국은행이 미국 금리 결정과 시장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보였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미국 금리 결정과 시장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보였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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