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턴부터 당 정책위 부위원장도… "밤 9시전 퇴근 드물어" 정쟁 심해도 다른 정치세력 설득 굉장히 노력… 지금과는 달라 '일하는 국회법' 유명무실에 법안 발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휴업 상임위 세비삭감법'발의한 장철민 민주당 의원
여야가 극한 대립을 되풀이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매달 상임위 전체회의 2차례, 법안소위를 2차례 열도록 하는 '일하는 국회법'(49조의2 2항, 57조 6항)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1년 3월부터 법이 시행됐지만, 월 3회 이상 의무조항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정쟁이 심한 올 1·2월 임시국회에선 국회 17개 상임위 중 국회법를 제대로 지킨 상임위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법안 소위를 월 3회 미만 개최할 경우 해당 상임위원의 세비를 삭감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을 발의한 주인공은 보좌관 출신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40·대전동구·사진). 그가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는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보던 국회와 현직 의원의 입장에서 보는 국회의 괴리에 있다. 장 의원은 "예전만 해도 이 정도로 정치가 실종되진 않았는데, 현재는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질식해버리는 상황이 너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에 꿈꿨던 정치와의 괴리도 영향을 미쳤다. "역사 속의 중요한 장면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 어렴풋하게 그런 분들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아요."
그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그는 정치가 꿈이었다. 그는 "희안하게도 어린 시절부터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꿈은 없었다"며 "중학교 시절에도 '역사 속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전공도 정치학과(서울대)를 택했다. 다만 학부시절 관료의 길을 두고 고민했다. 군 제대 후 행정고시도 1년여 간 준비했다. 장 의원은 "대한민국의 통일과정에 기여하기 위해 통일부 관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고시 공부를 1년 정도 하면서 욕구에 대해 들여다보니 공무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공직에 가서도 어떻게든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결국 고시 공부는 그만뒀다. 행정대학원에 재학한 뒤 국회에서 인턴을 했고, 보좌진이 되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다. 2012년 당시 국회 공개채용에 6개월 간 지원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 의원실에 전체 다 지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7급 비서로 채용됐다. "채용한 날부터 앉아서 야근한 것 같아요 " 그가 국회 채용 이후 기억은 이렇게 시작된다. 홍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 위원,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대선 상황실장, 원내대표 등 주요 요직을 거친 덕분이다.
장 의원은 홍 의원과 함게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업무도 많아 저녁 9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드물다. 그는 "짧은 시간에 청와대와 행정부와 관련된 업무, 정치의 구조적인 운영 등 다양한 일들을 배워나갔다"며 "즐거운 기간이었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특히 "2019년 선거제 패스트트랙으로 정쟁이 극심할 때도 다른 정치세력을 어떻게 규합하고 설득시킬 것인가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고 노력했다"며 "지금의 정쟁상황과는 다른 과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고속승진을 했다. 7급 비서로 입사해 1년 10개월 만에 5급 비서관이 됐고, 다시 3년이 채 안 돼 4급 보좌관을 달았다. 홍 의원의 원내대표 임기 후반부에는 원내대표실 정책조정실장(2급 상당)을 맡았다. 이후엔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았다.
2020년 국회의원이 된 건 국회에서 일한 지 10여년 만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동기였다. 장 의원은 "보좌진은 아무리 유능해도 자기 이름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내 이름을 달고 일해야 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는 자신의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청년 정치인으로서의 자각도 영향을 미쳤다. 장 의원은 "과한 자신감인지 몰라도 국회에서 보좌진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당내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있는 30대 청년이 도전에 실패하면 '청년 정치라고 얘기하는 게 거짓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민주당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통해 책임정치가 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언급한 '휴업 상임위 세비삭감법'을 낸 것 '일하는 국회법'통과 당시 경험과 현재의 문제의식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일하는 국회법 자체가 그가 국회 운영위원장(홍 원내대표)의 수석보좌관이었던 시기에 통과됐으며, 당시 그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4당과 협상하는 실무 작업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그 때 패널티(벌칙)을 미리 넣었어야 했다"며 "사실 상임위 소위에서 입법을 하냐 안 하냐는 결정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논의된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준비해야 하는 사안들을 정리하고, 입법의 불확실성을 조금씩 제거한다. 그러나 "논의가 없으면 제도적인 불확실성이 계속 상존한다"며 "이런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세비를 삭감하는 한이 있어도 소위를 열자는 주장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이해하기로는 국회의원들은 소위를 열고 싶어한다"며 "의원들이 법안 논의를 안 하면 존재이유가 뭐냐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현재 국회가 여야 간 정쟁상황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 정쟁이 극심한 상황을 두고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자리잡게 한 민주주의의 그릇으로서 민주당이 존재해야 하는 데 서로 믿고 싶어하는 것만 믿는 상황만 남았다"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으로 돌아가는 원칙을 세우는 일은 어렵지만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자신을 '고리타분한 정치인'이라고 규정한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어느 것이 정도인지, 민주주의의 본질인지 고뇌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런 시기에 오히려 정치철학과 시대적인 비전 얘기를 많이 한다"며 "아카데믹하고 철학적인 접근을 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기 때문에 더 고리타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