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에 대한 열기가 생각보다 오래 간다. 지난해 11월 말 출시됐으니 벌써 한 분기 동안 화제의 중심에 머무른 셈이다. 체감하기로는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 때보다 더한 것도 같다. 많은 이들이 직접 써보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런 열기는 투자 열풍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 중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구글 모회사 알파벳(1억2735만달러), 챗GPT 개발사 오픈AI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와 협력을 이어가는 MS(마이크로소프트·1억1812만달러) 순이었다.
국내 주식도 마찬가지다. 검색엔진과 챗봇을 개발·공급하는 코난테크놀로지의 경우 올해 첫 거래일 종가 2만5000원에서 지난달 말 15만77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두 달 만에 500%가 넘는 폭등을 보였다. 동학개미나 서학개미나 AI로 장밋빛 꿈을 꾼다.
그렇다면 국내 AI산업에 대한 투자도 이처럼 활발할까.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개한 'AI 인덱스 2022'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가별 AI 분야 민간 투자액은 미국이 528억8000만달러(약 68조7969억원)로 과반의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이 172억1000만달러(약 22조3902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11억달러(약 1조4311억원)로 10위에 그쳤다. 영국, 이스라엘,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인도, 호주도 한국 앞에 위치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AI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추세다. 올해는 'AI 일상화 및 산업 고도화 계획'을 통해 10대 핵심 프로젝트 중심으로 약 7129억원을 투입한다. 이 계획에는 민간 AI 수요 창출을 비롯해 초거대 AI 기술력 확보와 AIaaS(서비스형 AI) 개발 지원,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와 이를 적용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 등이 포함된다.
이로써 2021년 기준 미국 대비 89.1% 수준인 기술력을 2027년 95%까지 끌어올리고, 기업 AI 도입율도 같은 기간 14.7%에서 50%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2027년 국내 AI전문기업 수 1000개, 6조6000억원 규모 AI 시장 창출도 바라본다. 야심찬 계획이지만, 정부 투자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국내 IT업계 실정에 '3대 AI 기술 강국'이라는 목표까지 고려하면 그리 충분하진 않아 보인다.
나아가 AI산업 진흥의 결실을 얻으려면 그 근간을 이루는 국내 IT 사업환경 개선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지난달 IT 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시장조사기관 KRG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매출 대비 디지털 기술 지출액은 글로벌 기업들의 4분의 1 수준으로 1%에 못 미친다. AI 기술 도입율도 14%대인 한국 기업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34%에 달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IT기업들이 돈을 못 벌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IT기업들의 이익률은 수년째 10%대로, 30%에 육박하는 글로벌 기업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사업 비중이 높은 국내 IT서비스 업계의 경우 7~8%로 더욱 열악하다. 민간에서는 돈을 덜 쓰고, 공공에서는 돈이 덜 남는다. 불명확한 과업범위 등 고질병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AI업계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게 있을까.
물론 지금의 AI 열풍은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챗GPT 등 대화형 AI만 해도 정확성·신뢰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고, 산업현장에 바로 써먹기엔 결점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실보다 지나친 기대는 자칫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넘어설 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보이니 정부 부처부터 스타트업까지 활용·대응 등을 강구하고 나서는 것일 터이다. 그렇다면 멀리 내다보며 IT 사업환경이라는 땅을 먼저 고르고서 투자라는 영양분을 더욱 공급해줘야 하지 않을까. 세상만사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