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8년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6일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배상' 결정을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여당은 문재인 정권 당시 한일 관계를 비판하며 "과거를 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야권은 '친일 매국 정권', '외교사 최대 치욕'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비난하며 즉각 절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비판과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결단을 내렸다"며 "정부의 주도적 해결 노력은 과거와 달리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은 박근혜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고,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문제 해결은 시간이 너무 없다. 피해자 대부분이 90대의 고령이고 법원 판결을 받은 피해자 열 다섯 분 중 현재 세 분만 살아 계신다"고 설명했다.이어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른 책임을 피해자분들께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만족스럽지만은 않지만, 그 첫걸음을 더 늦기 전에 떼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맹목적인 반일 정서는 오히려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하며 국익에 치명적 해악을 초래할 뿐 미래를 향하는 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오늘의 발표는 '미래'와 '국익'을 향한 대승적 결단이자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태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부가 고뇌의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면서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며 대승적 차원에서 첫걸음을 뗀 것이고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고, 전범 기업 참여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정부 발표의 취지가 정쟁으로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국회 '강제동원 의원모임' 53명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이 포함되지 않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발표는 피해자인 한국이 가해자 일본에게 머리를 조아린 항복선언으로 한일관계 역사상 최악의 외교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원들은 이날부터 정부의 변제안을 즉각 파기하라는 행동에 돌입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 외교통신위원회 의원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무소속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강제동원 배상안 굴욕 해법을 철회하고 해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외통위 소속 의원들도 상임위 차원의 행동 방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 발표 직후 "스스로 친일 매국 정권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냐"며 "일본 전범기업들은 앉아서 면죄부를 받았고, 일본 정부는 과거 담화를 반복하는 체면치레로 골칫거리를 떼어냈다"고 비판했다.
정부안이 나오기 전에도 비판은 제기됐다. 앞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짓밟는 2차 가해이고,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폭거"라며 "가히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자 오점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일본의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모든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