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올해는 많은 음악회가 열릴 것 같습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기념하여 다채로운 행사들을 이미 잡아 놓았고, 평창대관령음악제도 첼리스트 양성원 씨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며 20주년 행사를 풍성하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대구오페라하우스도 개관 20주년을 맞이하여 준비에 바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는 지난 20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왔습니다. 수많은 국제콩쿠르에서 우승과 입상을 하였기에 벨기에에서는 그 원인을 분석, 취재하여 다큐멘터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를 제작하기도 했지요. 아쉬운 것은 그렇게 세월이 지나 정권이 바뀌고 국가 예산이 매년 증액되어도, 예술계는 증액은커녕 예산이 감소되는 추세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도시는 저마다의 문화적 특색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통예술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주가 판소리와 국악의 고장으로 '예향'이라고도 불리지요. 그러면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의 도시는 어디일까요? 저도 10년 전 '객석'을 맡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대구'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가 등장한 곳도 바로 대구입니다.

사보담이란 영국인 선교사가 미국에서 구입 후 배편으로 부산에 도착한 피아노를 낙동강 뱃길을 따라 대구시 중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 도착토록 한 것이 1900년 3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신명여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1912년 계산성당에서는 악대가 처음 조직되었습니다. 1916년에는 박태준 지휘로 남성교회에서 찬송가 합창 공연이 최초로 개최되었고요. 1917년 박태원, 박태준, 현제명 등이 제일교회 성가대를 조직해서 활동했지요.

일제강점기는 물론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바흐의 음악이 들리던 도시 대구는 지금도 늘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뮤지컬이 흐르는 문화의 도시라 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또한 대구에는 1,000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이 11개나 있습니다. 좌석 수 크기대로 나열해보면 대구엑스코 컨벤션홀(3,500석),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대강당(2,096석), 계명아트센터(1,954석), 대구오페라하우스(1,508석), 대구학생문화센터(1,441석), 대구콘서트하우스(1,284석), 아양아트센터(1,165석), 수성아트피아(1,159석), 대구보건대학 인당아트홀(1,139석), 코오롱야외음악당(1,080석), 대구문화예술회관(1,008석) 등입니다.

단순히 공연장이 많거나 큰 것은 결코 자랑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가 정말 자랑스러운 이유는 이런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마다 객석이 거의 만석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구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된 바 있는데, 이보다 더 부러운 것은 시민들의 예술 사랑입니다. 아마도 대구 시민들은 공연을 안 보면 입에 가시가 돋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행정 시장이 등장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시 운영이 방만하여 적자가 누적됐다는 이유로 개혁의 칼바람이 불었는데 예술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구시는 우선 대구문화예술회관과 대구콘서트하우스·대구미술관의 시 사업소 세 곳과 대구문화재단·대구관광재단·대구오페라하우스 등 재단법인 형태의 기관 세 곳을 '대구문화예술진흥원'에서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산하에 있던 대구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국악단·무용단·극단·소년소녀합창단·청소년교향악단) 역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소속으로 편성되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기업의 예를 들면 재벌 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사장을 없애고 본인이 다 총괄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통합의 경우 대구시가 주장하는 장점도 물론 있기는 하겠지만 제 눈에는 문제점이 더 많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현상이 여과 없이 타도시로 전파될까 두렵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대구의 예술단체처럼 행정 인원을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실무를 잘 아는 중견 직원들도 힘들어서 2~3년을 못 버티고 이직할 정도입니다.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타 도시 예술단체의 귀감이 되는 곳이 바로 대구의 예술단체였는데, 이러한 강점과 대구 시민의 예술 사랑을 대구시가 간과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세월이 지나면 좀 나아져야 하는 게 세상살이인데, 어찌 된 일인지 대구의 예술계는 찬바람 속에 내버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따스한 봄을 맞아 '예술이야말로 궁극의 정신적인 복지'라는 것을 위정자들 가슴속에 새겨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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