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지분 경쟁에 최대 변수로 꼽히던 가처분 결과가 하이브에 유리하게 나오면서 경영권 분쟁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새 경영진 선임 투표가 이뤄질 이달 말 주주총회까지는 한 쪽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분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까지 나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에스엠과 하이브는 각각 소액주주 전체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고 있다.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에스엠 주주여야 하기 때문에 올해 지분 확보전을 시작한 하이브·이수만-카카오·에스엠 연합 모두 의결권을 가진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는 것이 경영권 확보 승부의 관건이다.
현재 에스엠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임기가 27일 끝나 이사회 멤버 전원이 교체되는 까닭에 이번 주총에서 자기편 인사를 얼마나 이사회에 집어넣느냐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
주주명부상 국민연금(8.96%)·컴투스(4.20%)·KB자산운용(3.83%) 등이 주요주주며,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 지분율은 63.55%다.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지분(18.46%) 의결권을 하이브에 위임한다고 가정해도 주총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에스엠 현 정관 규정상 이사 수 제한이 없어 현 경영진 측과 하이브 측 이사들이 모두 포함되는 '매머드급' 이사회 구성도 이론상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 등 6인의 이사와 1명의 감사 후보군을 제안했고, 에스엠 현 경영진은 장철혁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11명을 추천했다.
카카오의 지분 확보 참전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에스엠 지분 9.05%를 취득하는데 제동이 걸리게 됐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조달한 9000억원대 현금을 활용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긴 하지만 승부를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카카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사들여 현재 1대 주주다. 이 전 총괄의 남은 지분 3.65%, 최근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약 1%까지 19.5%에 달한다. 다만 지난달 28일 마감한 공개매수에서는 목표치인 25%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금융당국의 개입도 변수도 작용할 수 있다. 앞서 공개매수 기간이었던 지난달 16일 기타법인 명의의 단일 계좌에서 에스엠 발행 주식 총수의 2.9%(68만3398주)에 달하는 물량을 매입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이브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낸 바 있다. 금감원은 증권회사 등의 시세 조종, 불공정 거래 수탁, 각종 금융 기법을 동원한 직간접 협력 등도 모두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조사나 검사 등을 통해 문제 되는 금융회사들은 모두 적발해 강력히 처벌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일 "위법 확인 시 법과 제도상 할 수 있는 최대한 권한을 사용해 그 책임을 묻겠다"면서 "과열·혼탁해지면서 위법적 수단이나 방법이 동원된다면 불공정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에 비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급등을 활용, 에스엠 보유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기준 8.96%였던 국민연금의 SM 지분은 4.32%로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