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CEO 후보군 4명을 모두 전·현직 임원으로 채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KT 대표이사 선정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요구로 재공모가 진행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여당이 거듭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기본적으로 기업 중심의 시장 경제라는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소위 '주인없는' 소유분산 기업 특히 대기업은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조직이 이뤄져야 한다. 그게 안되면 조직 내에서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결국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가 차기 대표이사 지원자 33명 중 KT 출신 전·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대표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구현모 (현) 대표는 KT를 장악하기 위해 깜깜이 셀프 경선으로 연임을 시도했지만,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구 대표가 자신의 아바타인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후보로) 세웠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구 대표는 원래 연임 의사를 밝혔다가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자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인선자문단'을 꾸려 사외 인사 18명, 사내 인사 15명 등 33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였고,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렌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메스총괄(사장) 등 4명을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것은 모두 KT 출신 전·현직 임원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KT가 여전히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된 구 대표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지적이다.
과방위원들은 "KT가 자기들만의 잇속을 차리기 위해 '사장 돌려막기'를 고집한다면 절대 국민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지분 9.95%를 보유한 1대주주 국민연금에는 '스튜어드십코드' 발동을 주문했다.
국민의힘이 이권 카르텔을 명분으로 세웠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 여권 인사'가 최종 후보에서 낙마한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KT CEO 1차 후보군 33명 중에는 친 여권 성향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기열 전 KTF 부사장, KT네트웍스 비즈부문장을 지냈던 권은희 전 의원, 대통령 직속 디지털 플랫폼 정부위원회 자문위원인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 전 의원 등이 포함됐으나 모두 탈락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이다. 대통령실은 KT의 최종후보군 발표 이후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기도 했다.
정권과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 전례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의 손태승 회장이 연임을 시도하다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번달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은 지난해부터 연임에 대한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냈으나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라임 펀드 사태와 관련한 징계를 확정했다. 징계무효 소송까지 고민하던 손 회장도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결국 연임을 포기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인 박성중(가운데) 의원과 김영식(왼쪽) 의원이 2일 국회 소통관에서 KT 대표이사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