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논리에 치우친 현 상황
실효성 갖춘 정치풍토 필요
중대선거구제·연정 부정적
타국가 채택한 내각제 도입
상임위·의정활동 평가 방안
낙천운동 합법 주장도 주목
정치인 국민 신뢰·인식전환
'특권공화국' 탈피가 최우선



경제·정치 전문가 9人 정치 괴리현상 해법은?

전문가들은 정치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족쇄가 되지 않기 위해선 진영논리에 갇힌 대결구도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입은 모은다. 입법과 정책에서 당리당략보다 실효성·타당성을 우선시하는 정치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홍성걸 ·김형준·김성수·이준한·신율·성태윤·석병훈 교수와 신세돈 명예교수, 오정근 학회장은 우리 현 정치를 경제의 발목을 잡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4류 정치'로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자기 정당의 성패를 위한 정치와 국가 발전에 영향을 주는 경제 이슈를 나눠서 판단할 수 있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컨대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경제문제와 정치인 개인의 '사법리스크'는 구분해서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여당과 야당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가 정치와 경제의 괴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중대선거구제는 오히려 정당끼리의 이합집산과 당내 계파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힘을 갖고 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도깊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바로 연립정부(연정)다. 연정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다수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다른 정당과 손 잡고 과반수를 채워 구성하는 정부다. 다만 신 교수는 "승자 독식 구조인 대통령제에서 연정은 어불성설"이라며 "연정을 해도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 권력 구조를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개헌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중대 선거구제 모두 내각제 하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유럽 대다수 국가가 내각제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선거제도 개혁보다 정치인들의 신뢰성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정치인들이 선거제도를 바꾸고 개혁을 외치지만 유권자들은 절대 그들의 목적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월급 깎고, 특권 줄이고, 보좌관 수 절반으로 줄이고, 면책특권 버리고, 교통수단(KTX)도 돈 내고 타야 한다. 이런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의원들이 소신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차기 지도부가 공천권을 갖고 있다보니 의원들이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며 "미국처럼 의정활동과 상임위 활동으로 의원들이 평가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낙천운동을 합법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악용될 여지도 있으나 의원이 못하면 주민들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제도가 없다보니 국회 윤리위원회 규정도 무용지물이 됐고, 상임위원도 마음대로 사보임하거나 상임위도 쇼핑하듯 고르는 병폐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제도적 해결책보다 오히려 정치인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용산 관저를 만든 뒤 여당 지도부를 초대해서 '야당에 절대 굴복하지 말라'고 했는데, 정치를 굴복으로 보는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며 "야당과 만나는 걸 굴복이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치는 못하더라도 대화도 하고 명분과 실리를 챙겨야 한다"며 "지도자들의 인식과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제도적으로도 전환을 도모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논리가 경제에 필요한 경우는 상품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가령 공공요금 같은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 압력은 확실히 있다. 이걸 일순간에 반영하는 것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경우처럼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어려움을 주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경제의 원활한 흐름속에 국민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가격을 일방적으로 통제하는 형태는 압력이 생겨서 견디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세희·임재섭·한기호기자 =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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