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살던 집 경매 넘어가…전세금 7000만원 못받아 2011년 근저당권 설정 당시 임대차보호법 기준은 6500만원 소액 임차인 해당 안돼 최우선변제금 보장 못받아 "더 버티기 힘들다"며 어려운 어려운 환경 언급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월 2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임대업자·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120억원대 전세사기를 친 혐의로 최근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한테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지인은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집에 찾아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가족에게 A씨 시신을 인계했다.
A씨 휴대전화에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밝힌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한 어려운 가정환경 등을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 이 유서는 A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께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유서에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가 살던 빌라는 현재 임의 경매에 넘어간 상태이고, 최근까지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 등에 넘어갔을 때 최우선으로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는다.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된 A씨 빌라의 전세금은 7000만원이다. 당시 소액임차인의 전세금 기준인 6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A씨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지 않아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A씨 사망과 관련해 추후 입장문을 낼 예정"이라며, 오는 6일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축왕으로 불린 B씨는 바지 임대업자·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친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지난해 1~7월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세입자들로부터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B씨가 소유한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