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 의한 예술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대화형 AI 챗봇이 점점 진화한다면 인간이 쓴 시와 소설, 논문과 구분이 안 되는 글들이 대량 생산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창작물에 대한 개념 혼란과 지적 재산권 분쟁은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초대형 AI의 그늘이다.
실제로 올해 초 사라 앤더슨 등 그림 작가 3명은 영국의 AI 스타트업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들이 웹에서 수집한 50억 장의 이미지를 원작자 동의 없이 AI 학습에 사용하면서 수백만 명 예술가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AI 챗봇 '이루다'를 상대로 한 공동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저작권법은 오직 인간 정신의 창조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 지적 노동의 결실만을 보호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AI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과 AI 간 협력 생성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기존 저작권 관행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책은 텍스트·오디오·이미지 등 콘텐츠를 알아서 만들어내는 이른바 '생성 AI' 및 이로 인한 지적재산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데이터 세트, 데이터 뱅크, 창작자 경제, 데이터 독점, 데이터 주권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생성 AI 시대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책에서 최근 챗GPT와의 문답 내용도 소개한다. "너는 지식을 생산하는가"라고 물어보았더니 "저는 스스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창출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답에 안도하기에 앞서 저자는 "프롬프트에 명령하면 즉시 답을 주는 생성 AI의 시대가 본격화되면 지식의 성찰성은 물론 지식의 수행성조차 지식의 자동성에 밀려나게 될 것이다"고 우려한다.
생성 AI의 빠른 발전으로 기존 저작권 관행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책은 해법을 찾아준다. 최근 가장 민감한 화두로 떠오른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간결하고 설득력 있게 서술했다는 점에서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