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 표결로 이재명 대표의 체포 막았기에 일단 ‘최악’은 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李 대표 지지자들의 행동 보면 마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 같아” “추측으로 만든 ‘수박 명단’ 온라인 뒤덮고 있어” “선진 민주국에서도 인사에 관해선 ‘기명 투표’ 하지 않는 게 전통” “인사 관련 비밀투표 무시하고 의원 개개인에게 투표 내용 공개하라는 요구는 반민주적”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 반민주적 집단행동 통해 얻으려는 정의가 뭔지 궁금”
과거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알려진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을 겨냥해 "난 이번 표결로 이재명 대표의 체포를 막았기에 일단 최악은 피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 지지자들의 행동을 보면 마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 같다"면서 "안건이 가결되면 그들이 이런 행동을 할 것을 예견하고 최악은 피했다고 했는데, 그들은 '차악'을 '최악'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고 직격했다.
조기숙 교수는 1일 '춘래불사춘'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어제 공원을 산책하다 혹시 하고 봤더니 매화가 벌써 꽤 많이 피었다. 완연한 봄이로구나! 남북으로 동서로 갈라진 것도 모자라 양당 내 갈등은 4색당파를 무색케 한다"며 "갈갈이 찢긴 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미독립일을 맞아 선열들 뵐 면목이 없다. 애국지사들은 이런 나라 만들려고 목숨을 헌신짝처럼 버리며 독립운동을 하셨던 걸까"라고 운을 뗐다.
조 교수는 "소신과 명분 있으면 찬성·기권 투표 던진 민주당 의원들 신상을 당당히 밝히라고 난리가 났구나. 추측으로 만든 수박 명단도 온라인을 뒤덮고 있다"며 "의원들 정책 투표를 투명하게 하는 선진 민주국에서도 인사에 관해선 기명 투표를 하지 않는 게 전통"이라고 짚었다.
이어 "투표 이후의 갈등 수습이 어려운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최근엔 투명성을 강화한다고 미국 의회가 모든 정책 투표를 기명 투표로 한 결과 여야 간 타협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성이 있다"면서 "당파적인 정책 투표는 무기명으로 해야 오히려 타협의 정치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제도가 보장하는 인사 관련 비밀투표를 무시하고 의원 개개인에게 투표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는 반민주적"이라며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이 반민주적 집단행동을 통해 얻으려는 정의가 뭔지 궁금하다. 태극기로 온 몸을 감싸고 광화문 광장에서 날뛰던 다른 당 지지자들도 정의를 앞세운다"고 민주당 내 강성 지지자들을 공개 저격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극단적 양당이 빨리 망하고 새 살이 돋아나야 이 땅에도 봄이 올 것 같다"며 "대한민국은 아직 진정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은 체포동의안에 찬성 혹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의 색출에 나서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부결표를 던지지 않았다고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이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공개된 명단엔 김종민·설훈·박용진·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와 친문계 의원들이 다수 이름이 적시됐다. 파장이 확산되자, 명단에 오른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부결표를 던졌다는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턱걸이로 부결된 사태와 관련해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은 중단해주셔야 한다"고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2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고위전략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이탈표'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선 일부 강성 지지자들을 향해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등의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안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된 것에 대해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울러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탈표 색출에 나선 일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당직자들은 이 부분을 유념하고 의원 및 당원들과 소통을 강화해 해소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도 이 대표는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르다고 비난하고, 선 긋고, 싸우면 결국 나밖에 안 남는다. 왕따의 지름길"이라며 당 내 단합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요새도 수박이라고 문자 보내는 사람이 있나. 그런 것 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다. 저한테 '찢'하는 사람 있지 않나. 똑같은 것"이라면서 "문자폭탄, 표(명단) 만들면 거기 들어가 있는 분들이 누굴 원망하겠나. 결국 공격 빌미가 되고 득 아닌 실이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