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후보로서 스스로 대표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왔다"
"대통령실 부당개입" 열거…"강하게 맞서란 조언들 일리있지만"
"대통령-대표 갈등 우려 잘알아, 野 앞에 내분 안 된다 판단"
"尹에 기대지 않고 환상의 조합 힘되는 대표 되고싶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3·8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대통령실의 부당한 (경선)개입에 맞서지 않은 이유'를 "대표 후보로 나올 때는 제가 대표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런 차원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참모진에게 누적된 불만 등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안철수 후보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왜 대통령실 발언에 대해 맞서지 않았느냐'는 것"이라며 "첫째, 당원들께서 대통령과 당대표가 갈등 빚는 것을 우려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둘째로 민주당의 대선불복·사법불복과 싸우는 상황에서 당 내분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지난 2월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지난 2월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는 "(지지자 중) 어떤 분은 줄곧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판 후보에게는 아무 말도 안하고, '윤심은 없다'는 대통령 신년사의 말을 믿은 저에게 어떻게 덮어씌울 수 있냐고 분개하신다. 어떤 분은 대통령실 (이진복)정무수석까지 나서서, '제가 쓰지도 않은' 안·윤 연대와 간신이란 말을 마치 제가 쓴 것처럼 말한 것에 분노하셨다"고 전했다.

안·윤연대는 같은 수도권 지역의 안철수·윤상현 연대를 가리킨 타칭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간신'은 반윤(反윤석열) 이준석계의 천하람 후보 등이 친윤 실세 정치인들을 가리킨 말이었다. 안 후보는 또 "정무수석이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모멸적 발언을 하는데도 어떻게 그걸 가만히 두냐고 제게 화를 내신다. 어떤 분은 '단일화를 하고 인수위원장을 지낸 제게 어떻게 적(敵)이란 표현을 쓸 수 있느냐'며 분개하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어떤 분은 '윤안연대를 왜 못 쓰느냐, 오히려 윤핵관이 간신 맞지 않느냐'며 '강하게 맞서면 지지율 올라간다'고 조언하기도 하셨다"며 "저는 (대표 후보등록 당시) '윤안 연대'라고는 했지만, 그런 표현이 '감히 대통령과 동격이냐'는 반박은 예상하지 못했다. 조언하신 분들 말씀은 모두 일리있는 지적"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제 진심을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저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와 2022년 대선 단일화를 할 때는 '정권 교체'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 이후 민주당의 대선 불복을 보면서는 '총선 승리'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단일화와 인수위원장을 했고 윤 대통령과 공동정부를 약속했다고 해서, '당대표 선거에서 대통령 도움 받을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다. 저는 대통령 힘에 기대는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힘이 되는 대표가 되고 싶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윤 대통령 성공에 저보다 절박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법조 출신 대통령과 과학기술·IT 대표'는 환상적 조합이라고, '대통령·대표 모두 법조 출신'보단 훨씬 좋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에선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우리만의 강점"이라며 "당대표는 무조건 대통령 뜻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구 의원이 민심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의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태 수습후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한 것도 그것이 당시 민심이었고 대통령과 정부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갖은 수법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비대위·선관위 모두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저만의 피해의식일까. 제 편을 들지 않는다고 서운한 게 아니다. 모두가 총선 승리보다 전대 승리만 생각하는 모습이 실망"이라며 "어떻게 이룬 정권교체인데 권력의 단맛을 독점하려는 몇몇 사람의 탐욕 때문에 총선 승리가 위태로워지는 게 우려스러울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강하게 맞서지 않아 실망한 분들께 제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저는 제 개인의 정치적 꿈보다 (완전한)정권교체·총선승리가 먼저라는 말씀드린다"며 "총선승리만 할 수 있다면 저는 국민의힘 문지기가 돼도 좋다. 그 마음만은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기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