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현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
KT 전·현직 인사 4명이 구현모 대표를 이을 차기 CEO(최고경영자) 후보로 뽑힌 가운데 사실상 '집안싸움'으로 좁혀진 경쟁에서 누가 최후의 선택을 받을 지 주목된다. 전직 임원 2명과 현직 임원 2명으로 구성된 후보자들은 통신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경영 리더십에서 합격점을 받은 만큼 누가 혁신능력, 투명성, 소통역량을 갖췄느냐에서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현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현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등 4명을 차기 대표 후보 면접심사 대상자로 발표했다.
이중 박윤영 전 사장은 2019년 구현모 대표와 CEO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인물이다. 박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KT에서 기업사업부문장과 기업컨설팅본부장,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을 거쳤다. KT 재직 당시 사업성과도 좋았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당시 이사회 투표에서 구 대표와 1표차 경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재직 시절 부드러운 성격 덕분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내·외부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자신과 경쟁했던 박 전 사장을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에서 기업부문장(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투톱 체계를 가동하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2020년 KT를 떠났다.
신수정 부문장(부사장)은 1965년생으로 SK인포섹 대표를 역임하다가 KT로 적을 옮겼다. KT에서는 경영기획부문 정보보안단장, IT기획실장, IT부문장, KT그룹 CIO(최고정보책임자) 등을 거친 IT 전문가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공공안전통신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윤경림 부문장(사장)은 이번 KT CEO 경선 과정에서 내부 출신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이다. 1963년생인 윤 사장은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거쳐 2006년 KT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콘텐츠TF장, 서비스개발실장 등을 역임하다 2010년 CJ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2014년 다시 KT로 옮겼지만 다시 현대자동차로 적을 바꿨다가 2021년 구현모 대표의 부름을 받아 KT 사장으로 복귀했다. 같은 회사에 세번 입사한 셈이다. 현재 KT에서는 CEO 직속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아 주요 그룹사의 기업공개 추진과 투자 유치 등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을 맡고 있다.
임헌문 전 사장은 2019년 KT 대표 선임 과정에서 박 전 사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인물로, KT에서 영업·마케팅 부문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1960년생으로 KTF 마케팅전략실장을 거쳐 KT에서 홈 IMC본부장과 T&C운영총괄 등을 역임했다. 이후 퇴사했다가 황창규 전 KT 회장 체제에서 KT로 복귀해 커스토머부문장, 매스총괄 사장을 지냈다. KT의 대표 브랜드 '기가지니'를 기획한 인물로, 각종 현안에 밝으면서 그룹 임직원 및 노조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을 받는다. 다만 구 대표와 함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아 약식명령으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게 약점으로 꼽힌다.
KT 이사회는 이들에 대한 심층 면접과 외부 자문을 거쳐 7일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KT 지배구조위원회가 제시한 차기 CEO 심사 기준은 △DX(디지털전환) 역량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변화와 혁신 추구 △기업가치 제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다.
한편 구현모 대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KT 차기 대표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된 데 대해 "7일 새 대표이사가 확정될 때까지는 (입장을) 말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