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귀순 의사 진정성 없었다"…검 "의사·목적 구분해야" 강제 북송 배경에 '北과의 관계 개선' 정치적 고려 판단 북송 사건 최종 책임자, 정 전 실장...문 전 대통령 조사 안해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판문점에서 탈북어민 2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던 당시 촬영한 사진을 12일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 사진은 탈북어민이 몸부림치며 북송을 거부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검찰이 지난해 7월부터 시작, 8개월 간의 수사 끝에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낸 문재인 정부에 대해 위법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이들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가 강제로 북송했고, 그 과정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직권남용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의 배경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탈북 어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
검찰이 정 전 실장 등의 위법성을 결론 내린 근거는 북한 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의 대전제였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주체는 남북한 주민 모두에 해당한다.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계 법령에서도 북한 사람을 '북한 국민'이 아닌 '북한 주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특정 요건이 필요하지만, 북한 이탈 주민에겐 이 같은 규정이 없다. 또 북한이탈주민보호법상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보호 결정'은 할 수 있어도, 추방이나 강제 북송 규정은 없다. 따라서 탈북 어민들이 중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우리 국민인 만큼 북송하지 말고, 국내 사법 절차에 따라 처벌했어야 한다는 게 검찰 결론이다.
◇검찰 "귀순 의사·목적 구분해야"…文정부 '정치적 고려' 판단
정의용 전 실장 등은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제3조는 '이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 명확한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북한이탈주민으로 간주한다는 취지다.
당시 정부는 탈북 어민들의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포함해 남하 동기와 전후 행적 등을 종합할 때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북한이탈주민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관계 당국의 합동신문 과정에서 작성한 자필 보호신청서에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에 살기를 원한다'고 쓴 점 등을 근거로 여러 차례 귀순 의사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특히 '귀순 의사'와 '귀순 목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탈북 어민들이 북한에서 처벌을 피할 의도로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할지라도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만큼 자국민으로 받아들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는 논리다.
검찰은 강제 북송 배경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문 정부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기 위해 주력하던 시기와 어민 북송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다.
어민 강제 송환을 알리는 통지와 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을 요청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서가 같은 날 북측에 전달된 점이 그 근거다. 같은 해 6월 벌어진 북한 목선의 삼척항 무단입항 사건도 문재인 정부가 어민들을 서둘러 북송한 요인이 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군이 무단 입항 상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 '경계 실패'라고 비판받자 문재인 정부가 야권의 공세를 피하려고 어선 나포 상황을 황급히 진화하려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 최종 책임자는 정의용…文은 조사 안 해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은 서훈 전 국정원장,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죄)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 전 원장이 국정원 합동조사 상황이 담긴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면서 '강제 수사 필요', '귀순' 등의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정하고, 탈북자 합동신문을 조기 종료시켰다는 의심이 든다는 게 고발 요지였다.
고발 일주일 만에 검찰은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지난해 8월엔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고 당시 청와대 문건의 사본을 확보했다.
이후 의사 결정 라인에 있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원장, 정 전 실장을 차례로 소환 조사한 뒤, 이들의 불법 행위가 인정된다고 보고 28일 모두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북송 사건의 최종 책임자를 정 전 실장으로 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사하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추가 수사 계획도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