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민주당의 '억울함 호소' 빈도와 내용도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최근 취재진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2장의 종이까지 나눠주면서 "최근의 여론조사는 보수 세력에게 과표집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범계·박찬대 의원이 나서서 법리적·사건별로 검찰의 공소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설명하겠다며 만든 자리인데, 정작 상당한 시간을 최근 여론조사 결과 설명에 할애한 것이다. 특히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최근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층이 오르는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약세인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못 박으면서 "(이재명 리스크는) 1%포인트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는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오차범위가 있음을 감안하면 유의미하지 않다"는 주장도 폈다.

종합하면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 당원들이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려고 애쓰고 있고, 그 결과 보수층이 과표집돼 보이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이는 '검찰이 수사 내용을 흘리고 언론이 받아써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실제 여론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인한 변화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설명은 민주당이 그동안 해온 주장은 물론,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일반론과도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정치권에서는 특정 정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율이 상승한다면, 이는 전대가 흥행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새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까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는 지난 8·28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당 안팎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데 성공했으나,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약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기준 당의 지지율은 6월 5주 차(40.3%)에서 8월 1주 차(48.5%)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그렸다가 정작 본격적인 전당대회 모드였던 8월 3주 차(44.4%)까지 하락세를 기록했고, 한국갤럽에서도 같은 추세(8월 1주 차 39%→3주 차 34%)를 찾아볼 수 있다.

'당원 100%'로 치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전화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여론조사에서 영향을 줬다는데, 정작 훨씬 인지도 있는 후보가 출마해 주목을 받았고 여론조사도 25% 반영되던 민주당 대회에선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를 앞뒀음에도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두고 이 대표 1강의 '뻔한 전당대회'가 되면서 흥행에 실패했고, 사법 리스크를 지닌 대표가 이끌 새 지도부에 대해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컸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단 한 번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해 흥행이나 기대감을 반영하는 내용의 해석을 한 적이 없으면서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여론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만큼은 이런 해석들이 전제돼야 하는 논리를 가져다 썼다.

오히려 민주당 지도부는 실제로는 줄기차게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층의 의사마저 무시한 채 당권에 개입했다고 비판을 해왔다. 민주당의 말이 맞는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는 '흥행 실패와 차기 지도부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는 점에서 오히려 8·28 전당대회와 비슷했어야 하지만,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설명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게 된 것이다. 만일 국민의힘 지지율이 다음 주에 하락한다면 민주당은 '자신의 해석이 틀렸다'고 인정하게 될까, 아니면 '우리의 해석에 국민들도 동의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보수층이 과표집돼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왔다'는 말 자체도 맞지 않는다.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윤 대통령으로 정권교체가 확정된 후인 임기 막판까지도 40%대에서 움직였다. 선거결과에 비해 진보층에 우호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왔던 것이지만 이들 여론조사 중에서도 보수층 응답자가 많았던 조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주장들은 사건의 본질, '이 대표가 정말 죄를 지은 것이 있느냐'는 부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다. 최근 민주당의 이 대표 사건과 관련한 주장들은 대부분 여론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민주당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정치 탄압", "정적 제거용"' 등 주장들도 결국 유권자들을 향해 '이재명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주장이다.

민주당의 '검찰의 편파수사' 강조는 오로지 "이 대표는 실제 죄를 짓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을 때만 가능하고 설득력을 얻는다. 진실을 그대로 두고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가 더 큰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임재섭기자 yjs@dt.co.kr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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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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