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기나긴 코로나 사태가 끝나가면서 필자는 3년 만에 서울에서 국제학술 워크숍을 개최했다. 필자가 책임지고 있는 국제학술지에서 'K-pop 특집'을 하기 위해 프랑스, 미국, 일본, 한국의 K-pop 전문가들을 초청해 발표와 토론을 한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서울에 모였던 K-pop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우울한 뉴스를 동시에 접하게 되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전문 경영진이 창업자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밀어내고 카카오와 힘을 합쳐 SM 3.0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기이익을 노리는 펀드의 개입도 눈에 띄는 뉴스의 한 대목이다.
여기에는 단기이익을 노리는 펀드의 개입도 눈에 띄는 뉴스의 한 대목이다.
경영진을 대표한 이성수 대표의 주장은 "이수만 프로듀서의 경영방식이 구태의연한 개인의 욕심을 위한 것"이며 "이수만 프로듀서의 경영방식이 구태의연한 개인의 욕심을 위한 것"이며 "진정한 K-pop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롭고 획기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년 한류 산업을 지켜본 필자의 지식으로는 SM 3.0이 실상은 지금까지 SM이나 다른 기획사들이 해 왔던 경영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핵심역량인 프로듀싱 부분을 쇠퇴시키는 악수로 보인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해 보자.
필자는 10여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을 상대로 왜 K-pop이 성공했는가를 강의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이성수 당시 그룹장은 그 강의를 듣고 내용이 정확히 SM의 경영방식을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자신이 사용해도 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 강의내용은 K-pop 성공을 만든 3박자 경영방식이다. 첫째, 원곡은 되도록 유럽이나 북미에서 수입해 온다. 둘째 수입해 온 곡을 K-pop에 맞게 한국에서 편곡, 안무, 그리고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다. 셋째, 이렇게 제작된 음원을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수입을 바탕으로 무료로 배포한다. 이러한 3박자 경영방식은 본인이 수행해 왔던 A&R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결과적으로 SM3.0의 근간이 된 듯하다.
이러한 3박자 경영방식은 본인이 수행해 왔던 A&R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결과적으로 SM3.0의 근간이 된 듯하다.
그러나 K-pop의 성공을 만든 진짜 핵심은 바로 프로듀싱 시스템에 있다. 흔히 아이돌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 특유의 음악적 노하우가 배어 있다. 이에 반해 SM 3.0은 아이돌의 대량 제작을 주무기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 참석했던 미국의 저명 대중음악 연구가 폴 로페스 교수도 SM 3.0 전략으로는 미국 시장의 주류를 공략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그래미 수상식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문화 시장에서 인종이나 성차별은 아직도 심각한 수준이며 한국에 대한 차별이나 비호감은 미국에서도 적은 수준이 아니다. 그는 기존에 익숙한 매뉴얼에 의해 대량생산하는 접근법으로는 실패 확률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대신에 진정한 글로벌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스타 그룹들과 긴 호흡으로 명곡들을 프로듀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어려운 영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 경영진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설사 SM 3.0이 바른 방향이라하더라도 전략을 수행할 실천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번도 자기 이름으로 성공한 경험이 없는 경영진이 세계적 프로듀서들이 주를 이루는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명함이나 주고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최근 경영전략 이론들도 불확실한 환경일수록 전략 수립보다 전략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생존의 위기 속에서 역사에 남는 대성공을 이룬 이수만, 박진영, 양현석, 방시혁, 이호연 등 수퍼 프로듀서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무시한 K-pop의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의 창의적인 음악세계와 도전적인 프로듀싱 능력과 리더십을 무시하고 이를 투기자본과 유통 플랫폼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중문화 산업이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리더십이 없이 경영인이 주도할 수 있다면 아마도 삼성전자가 한국에서 K-pop 비즈니스를 제일 잘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만, 일본, 싱가폴, 두바이 등 여러 나라의 대중문화가 K-pop처럼 세계적인 대중문화 콘텐츠로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K-pop은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문화 콘텐츠의 혁신이며 경영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그 은 세계 역사상 유래가 없는 문화 콘텐츠의 혁신이며 경영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그 기적의 핵심에는 천재적인 예술 리더십을 발휘한 슈퍼 프로듀서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이수만과 방시혁의 보유국인 것이다. 이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K-pop의 미래는 어둡다.
우리끼리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지구 상에 몇 안 되는 슈퍼 프로듀서들을 축출해 버리고 나면, 일본으로 끌려가 도자기 문화를 꽃 피웠던 조선의 장인들처럼 우리가 아닌 다른 나라의 대중문화를 발전시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다. 빨리 우리의 명장들이 힘을 합쳐 K-pop을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장르로 한 단계 더 발전시킬 때다. 이를 위해서는 SM과 하이브의 전략적 합병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