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연인의 반려견에 애정담은 편지 보내 바그너, 3마리 키워… 장례식도 직접 치러 고양이에게서 영감 얻거나 헌정곡 작곡도 <~202302170200143630006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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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곡가들의 반려동물 사랑
반려동물은 즐거움 이상의 사랑과 정을 나누는 '가족'이 되고 있다. 그래서 '펫팸족'(pet과 family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이러한 '가족'을 위한 여러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본 지면에서는 인류의 새로운 가족인 반려동물과 음악의 관계를 짚어본다.
아무리 괴팍한 작곡가라도 그들의 반려동물에게는 한낮 '집사'에 불과했다. 반려동물과 작곡가들의 에피소드, 위대한 명곡 탄생까지.
◇바그너의 기이한 반려견 사랑
쇼팽(1810~1849)이 사랑에 빠진 건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뿐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키우던 개 마르키(비숑 프리제와 말티즈로 추정)에 대한 애정도 여러 편지에 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드에게 보내는 한 편지에는 "마르키가 제가 그리워 방 문틈에서 킁킁댔다니. 꼭 고맙다고 전해주세요"라고 적는가 하면, 1846년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마르키 자랑이 팔불출이다. "그의 재주는 말로 다 할 수 없군요. 금박 그릇이 아니면 먹거나 마시지 않고, 코로 뒤엎는답니다." 쇼팽의 '미뉴트 왈츠'의 원래 제목은 '강아지 왈츠'로 알려졌다. 마르키가 자기 꼬리를 물려고 뱅글뱅글 돌고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바그너(1813~1883)는 대형견 애호가였다. 폴(래브라도), 루스(뉴퍼랜드)와 비교적 작은 팹스(킹 찰스 스패니얼)까지 총 세 마리의 반려견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에게 물려 악보 출판이 미루어진 일을 겪기도 했다. 1862년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작곡할 당시 마인츠의 한 집에 머물렀던 그는, 집주인이 키우던 불도그, 레오를 풀어주려다 물리는 사고를 당한다. 레오가 늘 묶여있던 것이 측은히 여겼던 바그너의 마음을 레오가 알 리 없었다. 결국 손가락 염증이 생겼고, 악보 출판이 6개월 이상 미루어졌다. 레오와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의 반려견 사랑은 기이하리만큼 깊었다. 첫 번째 아내의 장례식에는 손가락 염증을 핑계로 불참했지만, 그가 없는 사이 죽은 반려견 폴을 하인이 뒤뜰에 아무렇게나 묻은 것을 알고는 격분했다. 바그너는 돌아온 즉시 묻었던 폴을 다시 꺼내, 손수 목에 목걸이를 걸고, 관에 안치해 장례를 치렀다.
엘가(1857~1934)도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결혼 전, 마르코라는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는 그는 개에 대한 깊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부인 알리스의 반대로 결혼 생활 내내 반려동물을 기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그의 친구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조지 로버트슨의 반려견 댄(불도그)을 산책시키는 것으로 달래고는 했다. 댄을 무척 아꼈던 엘가는 그의 '수수께끼 변주곡'의 11번째 곡 'G.R.S'에서 댄이 강에 뛰어드는 장면, 헤엄치는 모습 등을 음악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1920년, 부인 알리스가 세상을 떠나자, 두 마리의 반려견을 입양했다. 이전에 키우던 개의 이름을 따 마르코(코커스파니엘)라 이름 짓고 또 다른 개에게는 미나(테리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쇼스타코비치와 반려견 툼카
밴자민 브리튼과 강아지 (c) National Portrait Gallery
라흐마니노프와 반려견 레브코
그리그가 하이킹 도중 그의 반려견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곡가의 반려견으로 살기
한편, 영국의 여성 작곡가 에설 스마이스(1858~ 1944)의 반려견 마르코는 양치기 개인 세인트 버나드 종으로 큰 덩치에 에너지가 넘쳤다. 그녀의 회고록에는 브람스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리허설 도중 마르코가 방으로 뛰어 들어와 첼리스트의 보면대를 넘어트린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마르코 때문에 난장판이 되었지만, 브람스는 이를 좋게 받아들여 웃었다고 한다.
쇼스타코비치(1906~1975)는 반려견 톰카(에어데일테리어)를 키웠다. 어린 시절, 조라는 반려묘와도 함께 지낸 바 있는 그는 평소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개는 모든 것을 마음에 새기기 때문에 짧은 생을 산다"라고 말한 그의 이야기에서는 어딘지 반려견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그는 섬세한 보호자였다. 1947년 쇼스타코비치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던 기자는 몹시 불안해하며 끙끙거리던 톰카를 발견하고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묻자, "가족들이 휴가를 위해 짐을 싸고 있기 때문에 괴로워한다"라며 톰카를 달랬다고 한다. 연주 일정으로 늘 여행 다녔을 그를 생각하면, 톰카의 짜증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한편, 벤저민 브리튼(1913~1976)은 닥스훈트 애호가였다. 브리튼은 클리티아라는 반려견을 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튼이 말년을 보내기 위해 1957년 레드 하우스로 이주하고 난 뒤, 두 마리의 닥스훈트를 키웠다. 이외에도 드뷔시는 상토(콜리)를 키웠고, 라흐마니노프와 카를 오르프는 대형견을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 밥을 주고 있는 스트라빈스키
라벨과 반려묘
랠프 폰 윌리엄과 고양이 폭시
조지 크롬과 그의 반려묘
◇고양이 자장가 만든 스트라빈스키
조용하고, 독립심이 강해 개만큼의 특별한 보살핌(산책·공놀이 등)이 필요하지 않아서일까?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작곡가들에게 개만큼 사랑받은 동물은 고양이이다. 고양이들의 엉뚱한 행동은 작곡가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기도 했다.
스카를라티(1685~1757)는 그의 고양이에게 나폴리의 한 인형극에서 봤던 인상 깊었던 캐릭터의 이름을 따서 풀치넬라라고 이름 지어줬다. 어느 날 풀치넬라가 건반 위를 걸어 다니며 아무 음이나 눌러대자, 영감이 떠오른 스카를라티는 재빠르게 악상을 메모했고, 이후 '고양이 푸가' K30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라벨(1875~1937)은 "고양이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라고 주장할 정도로 철저히 고양이 위주의 집사였다. 그는 새로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대부를 자처하고 나섰으며, 그의 친구이자 바이올린 소나타를 헌정한 바이올리니스트 엘렌 주르당 모항주(1888~1961)에게도 그 고양이의 대모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엘렌에게 "당신의 대자(代子)는 건강하지만, 그의 형(고양이)은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어"라고 편지하며 한 번씩 고양이의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라벨의 오페라 '어린이와 마법' 중 '야옹 듀엣'에는 고양이를 사랑한 라벨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한편, 라벨과 함께 파리에서 공부했던 영국 작곡가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는 파리 유학 당시 라벨과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나눴다. 그의 대표적인 초상화에는 반려묘 폭시가 함께 있다.
스트라빈스키(1882~1971) 역시 개와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그의 개 사랑을 아는 이들은 그의 발레 작품 '풀치넬라'에서 개를 의미하는 '푸치(pooch)'로 이름을 바꿔 '푸치넬라'라고 그의 별명을 부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생활할 당시, 판초·바스카·셀레스트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들의 집사였다. 1966년에는 에드워드 리어의 시에 붙인 가곡 '올빼미와 고양이'를 작곡하기도 했다. 그 외 네 개의 모음곡인 '고양이 자장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