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가 석유제품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규제 도입의 기로에 놓였다. 개정안이 오는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면 12년 만에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제가 시행되는 셈이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는 오는 24일 회의를 열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한다.

개정안은 전국 평균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도매가만 공개하는 현행 제도를 광역시·도 단위로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개하는 게 핵심이다. 또 이를 주·월 단위로 지역별 판매량과 매출액, 매출단가도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지역별 도매가가 공개되면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해 국내 석유가격이 안정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유류세 인하 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정유사나 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됐다는 지적이다.

정유사 공급가격의 세부공개는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한 차례 추진됐다. 산업부 전신인 지식경제부가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 영업기밀 침해와 시행 부작용 등을 이유로 2011년 규개위를 통과하지 못해 최종 무산됐다. 개정안이 24일 규개위를 통과하면 12년 만에 규제가 도입되는 셈이다.

정유업계는 업종별로도 유례 없는 민간 시장에 대한 규제라고 비판한다. 석유제품이 국민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지만, 소수 기업이 공급 역할을 하는 가공식품, 의류 등 다른 업종에는 가격 공시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100% 민간 자유 시장으로 운영 중인 석유시장만 가격정책이 대외적으로 공개돼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다.

또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고 비판한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등이 제품가격을 공개중이지만 지역별 평균 소매 판매가격이다.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했지만, 평균 소매 판매가격 외에 더 이상의 가격정보를 공개한 사례가 없어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산업부의 논리라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의 경우 스마트폰이 필수재라는 이유로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소수의 독과점 공급업체들의 가격정책 또한 공개돼야 한다"며 "반도체 시장은 기술과 규모의 경제로 소수의 독과점 업체들만으로 형성된 시장인데 정유사 역시 투자를 통한 정제기술을 확보해 세계적인 공급능력을 갖춘 것"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2월 셋째 주 지역별 국내 판매 가격 현황. 오피넷 제공.
2월 셋째 주 지역별 국내 판매 가격 현황. 오피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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