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약적인 최첨단 기술의 진보에 따라 유럽을 비롯하여 역사가 오래된 나라를 중심으로 자국의 문화유산 보존과 관련 산업 활성화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을 활용한 '디지털 헤리티지'(Digital Heritage) 기술이 점차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란 문화유산과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디지털 문화유산을 연구·보존·기록·관리·전시 및 보급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 주요국은 일찍이 문화유산의 디지털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아울러 꾸준한 정책과 연구를 병행하며 전략적으로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또 이를 활용해 오고 있다.
특히 오랜 문화유산을 보유한 유럽에서는 이런 활동이 활발하다. 문화유산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기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기본 계획 발표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문화예술 향유방식 개선과 접근성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예컨대 독일은 문화예술과 창조산업 분야가 1000억 유로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임을 강조한다. 정부가 500억 유로 규모의 예술 분야 지원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선 문화와 스포츠정책, 미디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경우, 부처명에 디지털을 포함시켰다. 또 문화예술, 콘텐츠, 기술 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문화는 디지털이다'(Culture is Digital)라는 기본 계획을 발표하여 발빠르게 추진 중이다.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해외 주요 박물관과 함께 각국 문화유산의 디지털 전환 및 콘텐츠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중이다. 이들 기업들은 오랜 기간 연구와 개발, 그리고 실제 활용과 서비스 등에 수많은 예산과 지속적인 지원을 통하여 문화유산 분야에서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파급력이 큰 위치에 먼저 오르기 위한 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타 문화권의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국을 넘어 해외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해 1월 문화재청이 이집트와 문화유산 복원·보수를 위한 업무협력협정(MOU)을 체결한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집트의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우리의 디지털 기술로 보존·복원한다는 의미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국제적인 기술 경쟁력의 우위를 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자국의 문화유산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에 맞추어 구조적 대전환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의 가장 핵심인 데이터를 먼저 확고히 정립하여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전통문화유산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 수요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기반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기존 문화유산 디지털화가 보존, 기록과 아카이빙을 목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가 없거나 가공·변형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전통문화유산의 디지털 변환뿐 아니라 이미지, 텍스트, 동영상 및 3D 데이터 등 문화유산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문화유산에 특화된 지능형 분석·검색·가시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문화유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통합 관리 및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또한 시급한 시점이다.
최근 들어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로 '디지털 헤리티지'는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먼저 디지털 변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모든 국민이 쉽게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유산 플랫폼을 하루빨리 제공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그날을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