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이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20일 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회계자료 요구 및 조사 방침에 대해 "노조 공격을 위해 노조법마저 훼손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국고 및 시도 지자체 지원금 회계심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일정 규모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327곳에 회계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120곳(36.7%)만이 요구에 응했을 뿐이다. 또한 양대 노총은 정부가 국고 지원금을 회계장부 제출의 압박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양대 노총이 2018∼2022년 5년간 노동부와 광역자치단체들로부터 총 1521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면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의 양대 기득권 세력인 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간 예산 규모는 조합원 회비,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해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예산을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노조 간부들의 조합비 횡령 등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같은 재정 운영의 불투명과 무관치 않다. 더구나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노조의 돈 문제야말로 외부에서 간여할 수 없는 성역인 셈이다. 노조 회계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미국 등 다른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정부는 초강수 카드를 내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회계 관련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고, 그간 지원한 전체 보조금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 시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깜깜이 회계장부'를 고수하는 노조에 대해 정부가 무관용 대응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노조에 칼을 빼든 것은 백번 마땅하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에는 성역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의혹을 자초하지 말고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노조는 반발에 앞서 자성부터 한 후 스스로 높은 담을 허물어야 한다. 이것이 조합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