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 "노동조합 개혁의 출발점은 노조 회계 투명성"이라며 "국민의 혈세인 수천억원의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며 법치를 부정하고, 사용내역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강성노조의 종식까지 거론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현안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을 갖고 노조회계 투명성 강화와 규제혁신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윤 대통령에게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보고를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공정한 노동개혁을 이룰 수 없고, 기득권 강성 노조의 종식 없이는 청년의 미래가 없다라는 취지로 말씀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노조회계 장부 등 자료제출 요구에 대다수 노조가 불응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정부 지원금 중단을 포함한 고강도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5일 조합원 수가 1000명 이상인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총 327곳에 회계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결과 자료를 제출한 곳은 120곳(36.7%)에 그쳤다.

고용부는 노조가 자율적으로 회계 자료 비치·보존 여부를 점검하고 겉표지와 내지 1쪽씩을 첨부하도록 하는 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절반 이상이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양대 노총(한국노총, 민주노총)은 각 단체에 내지를 제출하지 말라는 대응 지침도 내린 바 있다.

고용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내달부터 과태료 부과하고, 관련 제도 개선과 처벌 수위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14일간 시정 기간을 두고 미이행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고. 그럼에도 (회계 장부를) 보고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기피하는 경우에는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단체 지원사업에도 칼을 댄다. 이 장관은 "올해부터 회계 관련 법령과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않는 노동단체를 지원사업 대상에서 배제하고, 전체 보조금 사업도 면밀히 조사해 부정 적발시 환수하는 등 엄정조치할 계획"이라며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노조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국제기준 맞춰 조합원 열람권 보장, 회계·감사 사유 확대 등 전반적 법제 개선 방안을 다음달 초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노조비 세액공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상당수가 정부 요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도 처벌 수위가 낮고 과태료를 부과하더라도 '안내면 그만'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게 산업 현장의 목소리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6조를 보면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허위의 보고를 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회계 장부 추가 제출을 요구할 경우 거부하고, 관련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자진 납부하지 말고 버티도록 개별노조에 안내했다.

한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받은 노조 지원 내역에 따르면 양대 노총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지원액은 총 1520억5000만원이다.

김미경·정석준기자 the13ook@dt.co.kr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오른쪽), 김은혜 홍보수석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조 회계' 공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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