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등이 덩치를 키워가면서 공장과 연구단지를 늘려가는 중 롯데바이오로직스가 3조7000억원을 투자해 메가 플랜트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는 인력 유출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각 기업별로 필요 인력의 수는 차이가 있겠지만 향후 5년간 최소 수천명의 인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5·6공장 등 대기업 계열사 뿐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공장 건설에 나서거나 나설 예정으로, 경험자나 전문가 등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들간 경쟁은 더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산업이 최근 10여년 동안 급성장했지만 바이오 교육 인프라는 이를 따라 오지 못해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수요에 맞춰 바이오 인력 공급을 갑자기 크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말이죠.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면, 해외로 유출되는 국내 인력을 줄이거나 해외에 나가있는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 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웃나라 중국의 경우 젊은 해외 우수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인력 문제를 적극 해결 중에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15년 전인 2008년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 해외 과학자 및 기업인을 중국으로 유인하는 천인 재능 프로그램(Thousand Talents Programs)을 운영하고, 그 일환으로 1000명의 젊은 해외 연구자 영입(YTT, Young Thousand Talents)을 실시 중입니다.
중국 정부는 YTT를 통해 해외에서 중국으로 귀국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높은 급여와 창업 자금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환경을 제공합니다. 중국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약 300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았습니다.
이후 YTT 보조금을 받아 중국 학계로 돌아온 약 3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오기 전 5년 동안 논문 상위 15%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YTT 장학생들은 중국으로 돌아온 후 최대 7년 동안 미국에 머물렀던 연구원들 대비 한 분야에서 상위 10%에 속하는 저널을 포함해 27% 더 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유인책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커가는 만큼 규제기관의 전문 인력도 더욱 많이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의 규모가 세계적 수준으로 커지고 속도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규제기관에서 발을 맞춰주지 못한다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국내 몇몇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국내 임상을 거치지 않고 미국 등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 중인데, 그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점과 규제가 깐깐하다는 점이 꼽힙니다. 이밖에 신약 개발은 속도전인데, 식약처 심사가 늦어져 경쟁력을 잃게 되는 경우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약처에서도 심사인력들이 밤새워 일하면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량에 비해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해 산업의 요구를 들어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실제로 의약품 허가 등과 관련된 심사 인력을 비교했을 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 1700명이지만 식약처는 4분의1 수준인 350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미국에서 가장 빨리 개발됐다는 점이 놀라울 것 없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FDA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가장 각광받는 치료제 중 하나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산업 발전에 맞추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조직 및 첨단치료제과에 근무할 심사인력 100명을 더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FDA 바이오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내에서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규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조직 및 첨단치료제과(Office of Tissues and Advanced Therapies) 윌슨 브라이언(Wilson Bryan) 과장은 지난해 9월 26일 개최된 미국 세포유전자학회 정책회담에서 현재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관련 3000개 이상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에도 첨단기술 등이 접목되면서 '기술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듯 기술력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력'이 필요하고 충분히 확보돼야 합니다. 개발이 진행돼 제품을 허가받는 등 산업과 규제기관의 발빠른 호흡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10여년 전 유행한 광고 카피도 말했었죠. '사람이 미래다'라고요. 제약바이오 산업도 그렇습니다.
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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